협박편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음해 풍조는 아직도 독버섯처럼 우리사회의 도처에서 솟아나고 있다. 요즘 청량음료 속에 이물질을집어넣겠다는 협박편지는 협박중에도 가장 비열한 협박이요 음해다. 음식에 대한 위협이나 불안은 생활의 안정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다.
청량음료수와 주류회사를 상대로 일어난 협박편지사건(중앙일보 18일자 보도)은 이러한 점에서 그범행이 실제로 이행됐는지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사회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충격적이었다. 협박편지를 받은 회사들이 국내에서는 동업계에 대표적인 회사들이고, 소비량도 점유율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욱 크다.
물론 이 제품의 제조과정이 완벽한데다가 유통과정에서도 이물질이 투입될 가능성은 없다는 회사측의 말을 신뢰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우리 주변에서 발생했던 을지병원 독살사건이나 강동카바레유산균 독살사건의 경험으로 비추어 최종 소비단계에서의 범죄 가능성을 전혀 무시할수도 없는 실정이다.
이들이 협박편지에서 금전을 요구한 점으로 보아 금전을 노린 범행으로 일단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은행구좌번호률 명시하고 있는점으로 보면 그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범죄인의 신분노출이 분명해질 수법을 택할 이가 없을 것이다.
불특정다수인의 살상을 노린 범행이라면 이렇게 사전에 예고를 하여 사회적인 경계심을 자초할 이유도없다.
경찰은 사회불만자의 장난기 있는 행위이거나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보는것 갈다. 협박편지 내용에 들어있는 「한국살생주식회사」 「전과자와 서민을 보호하는 단체」등 과대망상적이거나 장난같은 유령단체이름을 보면 그런 심증도 가능하다.
범행동기야 어떻든간에 이 협박편지가 사회에 주는 영향은 무시할수 없다. 얼핏 보면 금전요구가 표면의 목적으로 나타나 있으나 인명을 살상하겠다는 협박으로 당장 제품의 판매에 타격을 주는 새로운 수법의 범죄형태임에 틀림없다.
지난3월 일본병고현에서 일어난 제과회사 독극물주입 협박사건과 유사하다는 점을 들수 있다. 금품을 주지 않으면 이 회사제품에 독극물을 집어넣겠다는 협박편지가 공개되자 매상은 절반으로 줄고 주식가격이 폭락하는 사태를 빚었던 것이다. 외국의 범죄수법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고도성장에 따라 사회범죄도 그 수법이 다양해지고 지능이 고도화하고 있다. 그것이 특히 남을 음해하거나 모해하는 수법으로 발전하는 것은 가강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옛날부터 우리는 남을 음해하는 일을 가장 타락한 도덕적 범죄로 엄히 다스려온 전통을 가졌다. 동서고금 통해 음설와 모함이 용납된 경우는 없다.
경제적 성장이 사회 계층을 다변화시키고 인간심리률 복잡화하는것은 사실이다. 그 부정적인 측면으로 사회의 투기풍조, 한탕주의, 빔죄의 고도·다양화를 들수 있겠다. 그럴수록 정당한 수단으로 성실하게 일해서 합당한 대우를 받는 풍토의 조성이 절실한 과제임을 새삼느끼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