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한국상품 수입장벽 낮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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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일무역역조는 한일간 경제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장애요인이 되고있다.
올 들어서도 대일역조는 지난 상반기까지 17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연말까지는 3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80년대에 들어와 우리 나라의 전체 무역규모는 연평균 9.4%씩 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일무역규모는 오히려 0.9%씩 줄고있는 것은 대일무역역조의 영향이 클 것이다.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만드는 하나의 사실은 이러한 무역역조를 보는 한일양국간의 시각이 역조의 폭만큼이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일본은 한국의 대일수입이 한국의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수입증가로 인한 무역역조는 시장원리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한일간의 교역에 결코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설혹 역조폭이 확대된다하더라도 이는 오직 시장기능을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할 뿐 일본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별로 없다는 기본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무성의한 태도가 양국간의 교역증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의 대일무역역조현상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수출면에서 살펴보면 우리의 대일수출주종품목은 아직도 식품 및 최종소비재·공업용원료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 품목은 수입국인 일본의 경기동향에 크게 좌우되는 데다 대만·중공 등과의 경쟁도 치열하여 좀처럼 수출이 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밖에도 우리 기업들이 일본을 수출시장으로보다는 수입시장으로만 생각해왔고, 그래서 진출가능성이 있는 분야에서도 일본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 우리 공산품의 품질이나 디자인 등 비가격경쟁력이 일본제품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점 등도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수입면에서 보면 우리의 대일수입품은 거의가 기계·설비 등과 같은 자본재인데 이들은 수입유발효과도 커 이들의 수입은 곧바로 부품과 원료 등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자본재와 중간재의 대일 의존도가 높은 것은 자본과 기술의 대일 의존도가 높은 데에 가장 큰 이유가 있다하겠으며 아울러 우리나라와 일본간의 지리적·문화적 인접성 및 우리나라기업과 소비자들의 일본제품에 대한 지나친 선호 등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큰 대일무역불균형의 요인은 일본측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그동안 생사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수출주종품목에 대해서 관세·비관세장벽 등 각종 수입규제를 실시해 왔다. 작년 우리의 대일수출가운데 규제를 받으면서 수출한 품목의 비중은 무려 50%에 달했으며 일본은 또 각종 민간단체 등의 이름으로 섬유·석유화학·철강·비료 등 구조적인 사양산업에까지 과도한 보호조치를 취하여 우리상품의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한일간의 무역불균형의 시정은 기본적으로 한국측에 의한 수입억제 보다는 오히려 일본측에 의한 수입확대에 역점이 주어져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정방안을 살펴보면 첫째, 기존의 수출주종품목의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일본시장에 적합한 유망상품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우리 기업들이 일본의 소비자의식구조 등 일본시장의 특성을 철저히 파악하여 보다 적극적인 일본시장진출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일본의 복잡한 유통구조를 우회하여 소비자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소매단계의 유통시장에의 참여도 시도해 볼만한 일이다.
셋째, 대일 무역의존도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소재·부품산업을 육성하고 자본 및 기술의 도입선을 지나친 일본편중에서 탈피하여야 하며 국산기계의 원자재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일본정부는 우리나라의 주종수출품목에 대한 각종 수입규제를 철폐 내지 대폭 완화하고 일본의 산업구조 조정과정에서 낙후되어 가는 산업부문에 대하여는 한국제품의 진출이 가능토록 허용해야 할 것이다.
또 일본정부는 통관 및 검사절차의 합리화, 불공정한 거래관행의 시정 등에 진지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며 아울러 부메랑효과를 의식하여 우리의 일본시장진출을 경계하는 일본기업들을 설득시켜 대한기술이전을 보다 적극화하도록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전대통령의 방일이 양국간의 오랜 숙제였던 무역역조의 근원적 해결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일본측의 성의를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다. 【문희화<한국산업경제기술연구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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