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을 향한 선수양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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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의 폐회식이 벌어지기 직전인 지난12일하오7시(현지시간) 조금 넘어 LA메모리얼 콜리시엄에는 해가 지평선에 걸려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이 순간, 콜리시엄을 메운 10만여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스타디움에 들어선 포르투갈의 마라토너 「카를로스·로페스」의 웅자는 만인의 감동용 주기에 충분했다.

<마라톤1위 부러워>
이 장면은 전 세계 25억의 시청자도 인공위성중계를 통해 TV로 지켜봤다. 포르투갈은 유일한 금메달인 마라톤우승으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화려하게 각광을 받았다. 반면에 자기기록에도 5분 늦게 숨을 헐떡이며 골인한 한국선수의 초라한 모습은 보기에도 딱했다.
『88년 올림픽에선 서울잠실 메인스타디움에 태극기를 올리는 선수가 나와야 할텐데…. 한국스포츠의 숙제입니다.』 한국선수단 김성집단장은 올림픽사상 최대성과를 거뒀지만 『한국스포츠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메인스타디움에서 얻는 메달은 다른 종목보다 엄청난 상승효과가 있다.
『이번 올림픽의 괄목할만한 성과로 양궁은 물론 투기종목들은 국내에서 앞으로 88서울올림픽때까지 폭발적인 붐이 지속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육상·수영등의 기본종목은 더욱 여건이 어려워 졌다』 김영기 한국선수단총감독은 기본종목의 정책적 지원 등 제도화가 절실 하다고했다.

<국교때부터 다져야>
기본종목의 육성은 어제오늘 나온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좀더 과학적이고 조직적인·훈련방법을 채택한다면 세계수준에 접근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체육의 지원 및 육성이다. 국민학교때부터 구기종목과 함께 달리기나 헤엄치기를 장려, 재미와 취미를 붙여야한다는 것이다. 국민학교에서 기본종목이 활성화되면 중·고·대학에서도 붐이 일 것은 자연적인 추세다. 특히 육상·수영뿐만 아니라 한국스포츠는 선수발굴에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있다.
현재 국내에서 채택되고있는 전국규모의 대회로는 기록경신은 물론 신인발굴에 큰 성과를 기대할수 없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정한 등록선수들만이 참가하는 대회로 체육인구의 저변확대와 숨어있는 진주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구미의 클럽 시스팀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평가되고있다.
따라서 클럽 시스팀이 없는 국내에선 시·군·읍·면단위의 소규모 지역대회를 자주 열어 취미만있으면 참가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특히 미국 육상·수영의 근간이 대학인 것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대학스포츠의 양대산맥을 이루고있는 고대와 연대의 육상·수염팀이 허명무실함은 한국대학스포츠의 파행성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한편 LA올림픽에서 투기종목의 목표초과달성은 우리선수들의 막강한 체력을 가장 큰 요인으로 들고 있다. 종래에 한국 체육의가장 근본적인 취약점은 체력의 열세였다. 그러나 체육회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5백일 강훈을 통해 이 취약점을 말끔히 씻었다.

<강훈만이 돌파구>
따라서 「선체력·후기술」은 88올림픽을 앞둔 한국 스포츠의 철칙이 되고 있다.
또 레슬링·유도종목은 이제까지 일본을 전지훈련 장소로하여 선진기술을 습득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두종목 임원들은 일본을 지양, 구미로 방향을 바꿔야겠다고 역설한다. 유도는 종주국을 자처하는 일본세의 퇴색으로 태풍의눈이 되고있는 유렵이 최적의 훈련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레슬링은 이번 대회에서 중요한 고비에서 일본선수들에게 패하는 등「일본콤플렉스」로 몇개의 메달추가 기회를 놓쳤다.
그래서 일본콤플렉스를 벗어나는 것이 선결과제로 되고 있다. 협회는 이미 내년부터 자유형은 미국, 그레코로만형은 유럽쪽에서 전지훈련을 가질 방침을 세워 놓고있다.
복싱은 프로의 유혹이 커 가장 어려운 여건에 놓여있다. 그러므로 아마복싱도 상금제를 도입, 출전선수들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경기방식을 채택한다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이 같은 모든 선수육성에는 많은 기금이 필요하다. 이 기금문제는 협회의 회장에게만 전적으로 맡기기에는 무리가 있어 당국의 정책적인 지원이 있으면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A올림픽의 금6개, 은6개, 동7개는 한국스포츠의 자랑이며 동시에 88서울올림픽의 점이 되고있다.
최소한 LA올림픽보다는 더많은 메달을 따야하기 때문이다.
4년 후는 그리 먼 날이 아니다.【본사 올핌픽 특별취재반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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