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 키워드는 BRIGH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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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는 한국 경제는 희망과 불안이 섞여 있다. 그러나 지난해와는 달리 경제 기상도의 분위기가 그리 어둡지는 않은 것 같다. 'BRIGHT'. 중앙일보는 여러 경제연구기관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새해 우리 산업계의 트렌드를 여섯 글자로 요약해 봤다. 새해엔 경제에 밝은 일이 많았으면 하는 희망도 담겨 있다.

◆B(Blue Ocean)='경쟁 없는 미개척 시장'을 찾는 열풍은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 그동안 돈을 쌓아놓고도 투자하지 않던 기업이 경기회복세와 더불어 새로운 사업기회와 성장엔진을 찾아 투자할지도 주목된다. 제품 고유의 기능과 영역이 무너지는 가운데 정보통신기술의 지속적인 진전으로 가치 사슬이 결합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의 등장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투자-보험-노후설계 기능 등을 합친 금융상품, 하이브리드카 개발, IP TV 등이 대표적 예다.

◆R(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올 한 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집단의 소유지배 개선 및 투명성 제고가 핵심 내용인 정부의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올해 완료되면서 이를 대신할 정책 방향도 관심거리.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과 올해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개정 공정거래법에 대한 삼성의 헌법소원 결과도 재벌정책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윤리 경영''환경 경영' 등 사회적 책임 완수를 위한 기업의 노력도 더욱 활발해질 듯하다.

◆I(Information)=새해는 지상파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의 상용 서비스도 시작된다.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내 손안의 정보혁명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와이브로와 유사한 HSDPA(하향고속화패킷접속방식)의 상용화도 개인미디어 시대를 가속화시키며 '유비쿼터스'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다. 이 같은 정보 취득 형태는 기업 경영이나 개인 생활에서도 속도의 중요성을 더욱 높이게 된다.

◆G(Global)=삼성 등 '빅4'를 비롯한 한국 대표 기업들이 잡은 올해의 경영 화두 중 공통적인 것이 '글로벌'이다.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거나, 글로벌 생산 체제를 갖추는 일 등이 이들의 과제다. 하지만 급부상하는 한국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해외기업들의 방어막도 두터워지고 있다. 인텔과 마이크론이 플래시 메모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 그 예. 세계 시장에서 벌어지는 싸움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국내 대기업의 명운이 달려있다.

◆H(Human)=경쟁과 속도가 지배하는 차가운 디지털의 세상에 반작용으로 나타난 흐름이 '감성'과 '여유'다. '사람을 향한다'는 어느 통신사의 광고 카피가 가슴을 파고드는 시대다. 인간의 원초적 감성을 파고드는 K-1 같은 격투기가 히트상품이 된 이유다. 첨단 전자제품일수록 인간의 오감에 호소하는 디자인을 강조한다. 웰빙 상품과 에스닉 푸드(민족 음식), 요가, 레저 시장 등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아날로그적 정서를 결합한 '디지로그' 상품 개발도 이미 중요한 트렌드가 됐다.

◆T(Technology)=지난해 말 불거졌던 '황우석 파동'은 한국을 대표하는 원천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갈망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기술은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무기다. 소비자의 감성을 파고들어 '블루 오션'을 개척하려면 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세계 선도기술 확보와 이를 위한 핵심인력 확보는 새해 글로벌 도약을 노리는 우리 기업의 숙제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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