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의 기량|LA올림픽 폐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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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 동안 제23회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대회를 본 우리의 감회는 남다르게 깊다.
온 국민은 지난 2주일동안 그야말로 벅차 오르는 희열과 감격을 맛보았다.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7개 모두 19개의 메달을 획득, 종합 성적 10위를 마크한 것은 역대 올림픽에서 메달에 목말랐던 국민들의 갈증을 해소시키고 국민적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올림픽참가 36년 동안의 숙원을 한꺼번에 풀었다는 후련함과 이국 만리 LA 하늘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의 가슴 뿌듯함은 생활에 시달리고 찌든 국민들의 사기를 드높이고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었다.
우리 선수들은 투기종목에서 특히 좋은 성적을 보였다. 이것은 우리국민이 가진 강인한 투지와 기량이 결코 타민족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함은 물론 세계에 과시한 것이다. 더구나 몸의 부상을 무릅쓰고 선전 구투한 선수들의 감투정신은 자신이 나라와 국민의 명예를 지고 싸운다는 투철한 사명감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유도 부문에서 종주국임을 자부하던 일본을 꺾었다는 것은 통쾌한 일이었으며 세계 유도의 판도를 바꾸게 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여자 양궁에서 최고성적을 올린 것도 여성스포츠의 첫 금메달이란 점에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이번 LA올림픽에서 우리가 또 하나의 신기원을 마련한 것은 여자농구와 여자핸드볼 등 구기종목에서 의외로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이다. 예선에서의 탈락과 대리 출전이라는 치욕을 설욕이라도 하듯이 당당히 은메달을 쟁취한 것이다. 신장과 체력의 열세를 극복한 투지와 기량은 상대팀이 얻은 금메달보다 훨씬 귀하고 값진 것이다. 한국여성의 저력을 세계만방에 과시한 쾌거이며 개인기와 팀웍 조화의 개가는 개인종목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한국스포츠의 장래를 기약했다.
이번 LA올림픽에서의 예상외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반성해야할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유망 선수에 대한 관리문제이다. 주지된 대로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들은 대부분 알려지지 않은 이름들이었다. 이른바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선수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가져온 것이다. 이는 우리 체육관계자들이 해외스포츠계에 대한 정보가 어두워 우리선수의 객관적인 실력평가에 차질을 빚은 때문으로 분석된다. 좀더 광범위하고 철저한 대외정보의 수집과 분석, 이를 토대로 한 대응훈련이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선수들의 지나친 부담감과 강박관념도 유망주들의 패인 중의 하나일 것 같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아무런 부담감 없이 대전에 임해 자유스런 기분으로 힘껏 싸우는데서 좋은 결과를 낸 것은 앞으로 선수훈련 과정에서 깊이 참고해야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자유스럽고 자발적인 창의력의 연마가 참된 힘과 실력의 요체임은 스포츠도 예외일수 없다..
또 한가지는 상당수의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평소의 자기 기록도 내지 못한 점이다. 어느 한순간의 좋은 기록이 그 선수의 전반적인 수준일 수는 없다. 끊임없는 연습과 단련으로 얻은 평균기록이 항상 유지돼야 그것이 바로 참다운 자기실력일 것이다. 아무리 올림픽이 『참가에 의의가 있다』고는 하지만 외국선수의 최하위 기록보다도 훨씬 뒤져 한참 후에 골인할 정도라면 참가자체를 재고했어야만 했다. 더군다나 출전도 못해보고 도중에 귀국한 선수도 있었으니 관계자들의 선수평가와 관리에는 반성 시정해야할 결함들이 적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LA올림픽에서 예상외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과 감독·코치, 임원 및 관계자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이번의 좋은 결과는 비단 이들 선수와 관계자들의 노력뿐 아니라 선수들의 가족과 온 국민의 충심어린 성원의 덕분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 또한 앞으로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울올림픽에 대비하여 보다 뛰어난 선수들을 배출하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강화돼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곧 운동은 『라면도 제대로 못 끓여 먹는』 가난한 서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운동을 잘해도 잘살 수 있다』는 통합을 일반화하는 일이다. 그런 보장만 마련된다면 앞으로 우리는 얼마든지 금메달을 따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국민임을 분명하게 입증한 것이 이번 LA올림픽에서 우리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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