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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이코노미쿠스] 생수, 탄산음료시장 추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생수 시장이 탄산음료 시장을 추월할 듯

영화 ‘써니’의 한 장면. 1986년, 두 여고생이 라디오를 들으며 대화를 나눈다. “미래에는 전화를 가지고 다니며 서로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 있대.” “웃긴다. 그럼 물도 사 먹는 시대가 오겠다.” 이들은 웃음을 터트립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했겠죠. 그러나 30년이 채 지난 지금, 생수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음료 시장의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올해 세계 생수 판매량(2380억L)은 탄산음료 판매량(2270억L)를 앞설 것이라고 합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캐나딘 자료를 인용한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세계 음료 소비량은 탄산음료가 31L, 생수와 우유가 각각 30L, 맥주가 28L 등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생수는 2008년 이후 연평균 6%씩 성장하는데 탄산음료는 1.3% 늘어나는데 그치면서 올해는 생수가 탄산음료 판매량을 앞지르게 될 거라는 거죠.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의 생수 시장 성장은 놀랍습니다. 두 나라 모두 도시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믿고 마실 만한 물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의 생수 소비량은 최근 5년 새 170억L에서 330억L로 뛰었습니다.

신문은 생수업체들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치열하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생수 같은 제품은 제품 간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는 거죠. 세계적인 식품 업체인 네슬레의 경우엔 생수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0%로 다른 부문 평균(15%)보다 떨어진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경쟁으로 더 떨어질 것이고요.

1인당 세계 음료 소비량(단위: L)
*2014년 기준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2012년 4800억원에서 지난해 약 6000억원으로 20% 넘게 성장했습니다. 최근엔 수입 생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는군요.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생수 수입량은 3000만 달러를 돌파, 4년 전인 2010년(875만 달러)보다 4배 가량 급증했습니다. 국내 생수(500㎖ 기준) 소비자권장가격이 400~700원인 반면 수입 생수의 경우 1000원 중반대에서 2만원대까지에 이르는데도 ‘잘~’ 팔린다고 합니다. 한 국내 음료업체가 최근 정식 수입한 핀란드산 자작나무 수액 100%로 이뤄진 생수는 500㎖에 2만3000원이나 합니다.

더 이상 물을 ‘물’로 보는 세상은 오지 않을 듯 합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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