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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보험료 2배 공포 조성” 문형표 “기금 고갈은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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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문 장관은 ‘국민연금 50%로 인상’ 논란과 관련해 “더 강하게 반대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상선 기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 국민연금 보험료를 1.01%포인트만 올려도 소득대체율(재직기간 평균 소득 대비 노후연금수령액 비율)을 50%로 인상할 수 있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에 대해 “(야당이) ‘은폐 마케팅’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서다. 야당이 청와대의 주장(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릴 경우 미래세대가 1702조원에 달하는 세금폭탄을 맞게 된다)에 대해 “공포 마케팅을 조장한다”고 비판하자 문 장관이 ‘은폐 마케팅’으로 응수한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문 장관과 청와대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김용익 새정치연합 의원은 “소득대체율을 50%로 하자니까 1702조원 세금폭탄을 맞는다는 게 청와대가 국민들에게 할 말이냐. 장관은 (보험료) 두 배 올려야 한다고 이렇게 말하고…. 산수 공부한 거 맞느냐”고 문 장관을 몰아붙였다. 일부는 문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문 장관은 이에 대해 “정부가 마술사도 아니고 (야당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1%포인트만 올리면 된다는 것은 2060년 기금이 고갈되는 것을 전제로 한 계산인데, 이를 국민연금 재정목표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소득대체율 50%로 올리면 보험료를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8.8%로 올려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야당의 공포 마케팅과 문 장관의 은폐 마케팅이란 주장은 모두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 조정할 때 발생하는 재정 추계를 기반으로 한다.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펴는 건 지향점이 달라서다. 야당 의원들은 소득대체율 50%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2060년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전제로 보험료율 1.01%포인트만 올려도 소득대체율 50%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보험료율(9%)을 유지해도 어차피 기금 고갈 시점이 2060년인 만큼 이 시점에 초점을 맞춰 ‘1.01%포인트만 올려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문 장관은 기금을 2100년 이후까지 소진하지 않으면서 끌고 간다는 걸 전제로 한다. 이를 위해 보험료가 두 배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걸 강조한 셈이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은 “문 장관은 이번 논란에서 2100년까지 적립방식(기금을 고갈시키지 않고 적립하는 방식)을 유지한다는 장관 개인의 생각을 바탕으로 ‘보험료 두 배 인상’이라는 말로 공포감을 조성했다”고 꼬집었다. 복지부가 2013년 재정추계 발표 때 2060년 기금 고갈이 되더라도 국가가 책임지고 지급하겠다고 해 놓고 장관이 이제 와서 적립방식을 유지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문 장관이 지난 7일 연금 부과방식 변경을 ‘세대 간 도적질’이라고 표현한 발언에 대해서도 야당 의원들의 뭇매가 쏟아졌다. 김성주 의원은 “세대 간 연대라는 공적연금의 정신을 부정하는 말이다.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고 호통을 쳤고, 인재근 의원은 “그 문구는 호주 자유당이 내놓은 슬로건으로 국민연금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부적절한 단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미래세대는 자신들이 받을 돈보다 더 (보험료를) 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여당 의원들은 정부 입장을 대변하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문제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 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들도 나라 재정이 어떻게 되는지 보고 동의한다. 복지 포퓰리즘식으로 무조건 준다고 무조건 좋아하지는 않는다”며 “그걸 미끼로 선거에서 표를 받겠다 생각 가진 사람들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물론 정부까지 가세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갈등은 12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글=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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