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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광화문 무차선 법회 … 갈등 녹이는 계기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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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차별 없는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미친다.”

 11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해운정사에서 진제 스님(사진)을 만났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종정(宗正·최고지도자)인 그는 ‘광화(光化)’의 뜻을 그렇게 풀었다. 16일 서울 광화문(光化門) 광장에서 열리는 ‘무차선회(無遮禪會)’와 ‘한반도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의 속뜻을 담은 설명이었다.

 진제 스님은 “우리 사회는 종교와 지역, 계층 간의 갈등으로 쪼개져 있다. ‘무차선 법회’에는 ‘차별이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고, 그건 ‘광화’의 뜻과도 통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이 녹아내리는 큰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제 스님이 주석하는 염화실(사찰 최고어른인 조실의 거처)에는 ‘禪海一花(선해일화)’ ‘지평천성(地平天成)’이란 큼직한 액자가 벽에 걸려 있었다. “모든 갈등은 일심(一心) 중에 있다. 생활선(生活禪)을 통해 지혜를 개발해야 한다. 세월호 같은 불상사도 봉투를 주고 받는 부조리로 인해 생기지 않았나. 누구나 마음을 잘 쓰면 군자가 되고, 못 쓰면 지탄받는 졸장부가 된다. 마음공부를 해야 나와 너의 구별이 없어진다. 그럴 때 모두가 하나가 된다.”

 선의 바다에서 한 덩어리 꽃이 되고, 땅의 갈등을 녹여 하늘을 이루는 길. 진제 스님은 “간화선(看話禪·화두를 깊이 궁리하는 선 수행법) 수행에 그 길이 있다”고 말했다. 16일 무차선 법회에서도 진제 스님은 대중을 향한 물음을 먼저 던진다고 했다. “옛 부처가 나기 전에 우주 주인이 누구인가? 부모에게 이 몸 받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인고?”

부산=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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