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는 『미국영화』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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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외국영화 수입이 너무 미국영화에만 치우쳐있다.
이때문에 우리나라관객들은 예술성 높은 유럽영화를 감상할 기회를 빼앗기고 있을뿐 아니라 미국영화만 보도록 강요당하고 있는셈이다.
요즘 개봉관에서 상영중인 8편의 새로운 외화들은 단한편(『프로젝트A』)을 빼놓고는 모두 미국영화 일색이다
올들어 지금까지 수입된 총12편의 외화를 보더라도 2편의 홍콩산 쿵후영화를 제외한 10편이모두 미국영화들이다. 유럽이나 제3세계 영화는 단한편도 찾아볼수없는 실정이다
영화사들이 흥행만을 앞세워 오락성 높은 미국영화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같은 편중성을 바로잡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할 영화진흥공사마저 그저 팔짱만 낀채 업자들이 외화를 골라오면 이를 수입대행해주고 문예진흥기금과 수수료나 받아내고있을 따름이다
70년대까지만해도 우리 영화계엔 프랑스 이탈리아 서독등의 수준높은 유업영화들이 연간 10여편씩 들어와 외화팬들의 갈증을 덜어주었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서면서 크게 격감, 20여편 가운데 80년에 5편, 81년 3편, 82년 2편, 83년 4편밖에 들여오지 않았다
유럽영화는 규모가 크고 제작비가 엄청나게 드는 미국영화에비해 소품이 많으며 예술성이 높은것들도 많다.
지난해 수입돼 영화평론가들이 우수외국영화로 선정한 프랑스영화『이웃집여인』은 보통 미국영화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싼값으로 수입할수 있었던것.
그런데도 국내영화사들은 흥행의 안전성이 높은 미국영화에만 눈을 돌리고 있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는 매년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까지 들오면서「칸」이나「베를린」 「베니스」영화제등 세계7대 영화제의 작품상 수상작등은 외면하고있다
영화관계자들은 이같은 문화교류의 편중성에대해 크게 우려를 나타내고있다
자칫 문화의 종속화를 초래할는지도 모른다는 걱정도많다.
안병섭교수(서울예전대)는 『흥행성 있는 영화가 결코 저질영화라고 단정할수는 없으나 정부가 여러국가의 수준작을 골고루 들여와 우리국민의 문화의식을 다양하게 높여야 할것』이라고 지적한다.
우리와 생활수준이나 문화의식이 비슷한 동남아각국은 이같은 문화편중의 폐단을 줄이기위해 국가별 지역별로 외화수입쿼터를 배정 하고있다.<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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