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대학생은 11주 고교생은1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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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방학이 제기능을 잃고 있다. 너무짧아서『말뿐인방학』이되고 있 ◇
◇는가하면 너무 길어서 오히려 부각용을 낳고 있다. 올 여름방학의 ◇
◇경우, 고등학교는 보충수업으로 사실상 방학이 사라진 반면, 대학 ◇
◇은 유명무실한 여름학기제로 마냥 긴방학을 보내고 있다.「더위를 ◇
◇피하여 수업을 일정한 기간동안 쉰다」는 의미의 여름방학이 제 ◇
◇구실을 못하자 교육적 효과를 살리는 방학운용문제가 교육계의 큰 ◇
◇관심사로 등장했다. ◇
올해부터 대학생의 여름방학은 종전의 7∼8주에서 11주로 늘어났지만 여름학기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개설된 여름학기 강좌는 대부분 기초교양과목에 한정된데다 비싼 수강료와 수강자격도 대부분 학점미취득자로 제한해 학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1천명 이상이 수강하는 대학은 서울시내 35개대학중 단 한군데 뿐이고, 대부분 수강생이 1백∼2백명선에 머물고있는 실정. 결국 여름학기제는 증발되고 방학만 길어진 셈이됐다. 대학생들은 『너무 긴 방학 때문에 자칫 전공과목등 학업에의 리듬이 깨질 우려가 있다』 고 지적했다.
반면 고등학교는 올해부터 실시되는 보충수업으로 방학이 1주일 정도 밖에 안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1학기를 마치고 쉴 틈도 없이 바로 2학기에 들어가야 하므로 오히려 학습능률이 떨어지리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불어닥친 보충수업의 열풍은 3학년은 물론 거의 모든 학교가 1,2학년까지 몸살을 앓게 하고 있다.
80년 과외금지조치 이전에는 적어도 1,2학년은 방학중 보충수업이 없었다.
결국 지금 고등학교는 땡볕더위에 훅훅거리는 과외까지 보충받고 있는 셈.
이러한 보충수업의 재등장은 평준화에 따른 실력차를 없앤다는게 명목이나, 실상은 정규수업의 연장이나 마찬가지다. 고등학교의 보충수업 열풍은 중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쳐 대부분의 중학교가 3학년 중심의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교사들은 아예 방학을 맞기 힘든 실정. 계속되는 수업으로 전문지식과 교육방법에 관한 연구는 커녕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보충수업 외에도 당직근무 각종연수·중간소집·교외지도, 게다가 올해부터는 학생야영훈련도 지도해야 한다.
정모교사 (36 서울K고교) 는『방학이 있어서 교직이 좋다는 것은 옛말』 이라며 『올해는 피서계획도 못세웠다』 고 말했다
이러한 방학의 표류현상에 대해 김인회교수 (연세대교육학)는 『우리나라처럼 학교시설과 환경이 부족하고 비좁은 경우에는 방학이야말로 학교교육이 낳는 비교육적 결함을 치유할 수있는 기회』 라고 강조하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대자연의 넓은 공간에서 경험의 폭을 넓힐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 했다.
기다리던 방학이 수업의 연장이 되었는가 하면 지루한 나날이 되고만 오늘의 방학. 방학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그만큼 교육의 능률과 활력도 떨어질 것이다.
교육관계자들은 방학을 마치 교육에서의 필요악처럼 생각하는 경향과 방학중에도 학교교육과 비슷한 교육활동이 학생들에게 계속되어야만 한다는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 했다.<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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