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던 "원유콧대"연내 꺽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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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힘겹게 유지되고있는 원유 공시가격이 금년안에 인하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가고 있다.
지금의 공식적인 산유국 원유수출가격은 83년3월 런던 OPEC(석유수출국기구)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배럴당 29달러. 다만 영국과 노르웨이가 생산하고 있는 북해산 원유는 이보다 1달러 많은 30달러를 적용하고 있다.
OPEC는 석유의 가격하락을 막기위해 생산량을 하루1천7백50만배럴로 설정, 각회원국별로생산량을 할당하고 1배럴에 29달러의 가격카르텔을 형성했다. 이 가격 카르텔은 OPEC각국간의 이견충돌로 그사이 몇차례 무너질뻔하다가 그런대로 지켜져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더이상 지탱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우선 현물시장가격과 격차가 너무 벌어지고 있는데다가 산유국들이 제각기 재정난을 회피하기위해 약속을 어기고 산유량을 계속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의 현물시장가격은 지난달 하순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1배럴당 26∼27달러선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특히 1배럴=30달러를 공시가격으로 정하고 있는 북해 브렌트유전에서 나오는원유는 3달러50센트 적은 26달러50센트씩에 현물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약보합세를 유지하던 원유현물시장가격이 더 맥을 못추게된데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소련의 역할이 크다.
OPEC내 최대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미국 보잉사로부터 10대의 747점보제트기와 롤즈로이스사로부터 항공기엔진을 구매하면서 대금 10억달러를 원유현물로 지급했다.
3천6백만 배럴이 달하는 이 원유현물은 할인가격으로 현물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소련은 우랄산 경질유의 수출가격을 1배럴당 1.5달러 인하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가격 인하는 OPEC엔 물론이고 현물시장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은 당연하다.
현재 원유수급사정을 보면 공급과잉이 가속화되고있다.
OPEC는 그들이 정한 하루 1천7백50만배럴의 한도를 1백만배럴이상 초과 생산하고있다.
전쟁중인 이란·이라크가 전비조달을위해 기회있는 대로 쿼터이상으로 생산하고 있고 인도네시아·UAE·카타르 등도 한도를 안지키고있다.
OPEC로서 더 심각한 아이러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앞장서서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는 일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생산량을 5백만배럴로 일단 정했으나 실제는 5백60만배럴 안팎을 생산해왔다.
OPEC의 초과생산량가운데 60%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 OPEC각국이 원유생산의 한도를 지키지 못하고 생산량을 서로 늘리려고 다투고 있는것은 모두 재정난 때문이다.
OPEC뿐아니라 비OPEC산유국들이 생산을 늘린것도 과잉공급의 주요 원인이 되고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영국이다. 영국은 소련과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하루 생산량은 2백50만배럴 규모다.
영국은 앞으로 10일이내에 새로 개발된 북해 허턴유전에서 추가생산을 개시하게 된다.
비OPEC지역의 석유생산증가는 원유의 공급비중을 바꾸어 놓아 OPEC보다는 비OPEC의 산유량이 훨씬 많다.
반면 원유소비는 각국의 에너지절감정책및 대체에너지의 개발로 79년수준을 넘지않고 있다.
가장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미국의경우 석유소비량은 10년전에 비해 오히려 13%나 감소했다.
수요를 초과해서 생산되는 원유는 대부분 싼값으로 현물시장에 집중되게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인하압력으로 나타나게된다.
OPEC회원국들은 그들 내부간의 갈등도 문제지만 비OPEC산유국들이 생산을 늘려가는것에 불만을 갖고 영국같은 나라에 대해 생산감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협상을 위해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상이 8윌중 영국을 방문할예정이다.
그러나 영국도 재정문제 때문에 생산을 감축할 입장은 아니다.
자유세계 석유공급량의 30%에 이르고 있는 현물시장원유는 공시가격보다 배럴당 2∼3달러 싸고 일부산유국이 공식수출가격을 인하한 사실은 전체산유국들에 큰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하루 70만배럴을 생산하는 이집트가 가격인하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영국의 국영석유공사도 거래선으로부터 인하압력을 크게 받고있다.
일단 한군데서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날에는 OPEC의 가격카르텔은 지켜지기 힘들것이다.
영국 파운드가가 계속 떨어지고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석유가격의 하락전망이 뒷받침되고 있다.
【런던=이 제 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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