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 공대」의 방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첨단과학분야의 기술인력양성은 바야흐로 닥쳐오고 있는 고도기술산업사회에 대처하기 위해서 초미의 과제로 이해되고 있다.
정부가 77년부터 이른바 「특성화공대육성」 정책을 추진해온 것은 첨단산업분야의 전문인력을 많이 양성하기 위한 것임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시책은 첨단학과의 신입생 정원만 10배로 늘려 놓고 교수요원과 시설확충 등 지원대책을 마련치 않고 있어 첨단공학 교육이 당초 목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과학입국」을 주창하고 있는 정부가 고급기술인력의 견실인 공대에 대한 교육투자에 소홀하다는 것은 한마디로 유감스런 일이다.
우수한 교수요원이 부족한 사정은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중점 지원키로 한 「특성화대학」의 교수확보율이 비 특성화대학보다 오히려 낮다는 사실은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국 국립대학 교수 1인당 평균 학생이 27명인데 비해 특성화대학의 관련분야 교수의 1인당 학생수가 36명 이상 71명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특성화대학에 대한 중점지원이 말에만 그치고 말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시설에 대한 투자에도 소홀해서 부산대 등 6개 특성화대학 가운데 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교수·학생이 교육과정의 실험실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교육여건이 이처럼 부실하기 때문에 전자·기계·금속 정밀 등 산업현장에서 각광을 받는 분야를 전공한 특성화 공대 출신자들이 관련분야에서 외면 당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음은 여간 심각하지가 않다.
현재와 같은 산업화추세로 보면 첨단분야를 전공한 고급기술인력의 수요는 더욱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 리는 없다.
그렇다면 질적으로 충실한 교육을 시킬 수 없다고 해서 기왕에 늘어난 입학정원을 축소할 수도 없는 일이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현재 공대에 재학중이거나 앞으로 입학할 학생들이 전공분야에서 충실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여건을 마련해주는 일이 그것이다.
특성화공대가 그 지역의 기업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산학협동체제의 확립은 무엇보다 학생들이 실제 산업시설물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되므로 교육시설의 부실에서 오는 핸디캡을 많이 보완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도 된다.
물론 다른 대학은 어찌되건 특성화공대만을 중점 지원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공대와의 격차를 좁히지 않아 특성화공대는 실력 없는 졸업자만 배출하는 것으로 사회에 인식된다면 고급기술인력 수급에도 큰 차질이 생길게 틀림없다.
당장 정부가 할 일은 특성화공대에 대한 재정지원을 재개하는 일이다.
1개 대학에 연간 7억원씩 나가던 재정지원을 백지화하고서 공과교육이 제구실을 하기를 기대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우수한 교수요원을 확보하고 시설도 제대로 갖추면 자연 우수한 학생들도 많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유능한 고급기술 인력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장래의 국가번영에 직결된다는 인식을 갖고 이 문제는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