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수학영재 전인지, 일본그린 우승공식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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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는 명석한 두뇌로 영리한 코스 매니지먼트를 한다. 성격도 침착해 큰 기복이 없다. 전인지는 첫 출전한 JLPGA 투어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 우승으로 일본 골프계를 놀래켰다. [사진 KLPGA]
우승컵을 들고 있는 전인지.

10일 일본 이바라키현 이바라키골프장에서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

전인지(21·하이트)가 시즌 첫 메이저 대회에서 합계 12언더파로 우에다 모모코(29·일본)를 4타 차로 누르고 우승하자 일본 언론은 전인지 스토리를 대서특필했다. JLPGA 홈페이지는 ‘한국에서 팬클럽 회원이 2900명이나 되는 스타 전인지가 일본 대회에 첫 출전해 디즈니 캐릭터인 덤보(큰 귀를 펄럭이며 하늘을 나는 아기 코끼리)처럼 높이 날아 대회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덤보는 전인지의 코치인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이 지어준 별명이다.

첫날 공동 2위에 오른 전인지는 둘째날 단독 선두로 나선 뒤 3라운드에서 독주했다. 2위 우에다에 5타 차로 경기를 마친 뒤 “최종 라운드를 즐기겠다”고 여유를 보였다.

강한 바람 속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전인지는 특유의 침착한 플레이를 했다. 1타를 잃긴 했지만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9홀을 마치고는 6타 차까지 벌어져 사실상 승부가 끝났다. 우승 상금은 2400만엔(약 2억1000만원). 전인지는 부상으로 받은 벤츠 C200 자동차를 비롯해 쌀 120kg, 1년 치 통증 파스 등을 원전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했다.

전인지는 매우 영리한 선수다. IQ 138의 수학 영재 출신으로 확률 골프를 한다. 메이저 대회답게 빠른 유리알 그린에 어렵게 코스가 세팅된 이번 대회에서도 영리한 코스 매니지먼트가 빛을 발했다. 짧은 파5 홀에서 무리한 투 온을 시도하기보다 세 번째 샷을 핀에 붙여 기회를 노렸고, 나흘간 버디를 20개나 잡아냈다.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인지는 국내 투어 드라이브 샷 8위일만큼 충분한 비거리를 내지만 무리한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코스가 어렵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 더 기복없는 경기를 한다”고 했다.

전인지는 올 시즌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3월부터 4월 초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4개 대회에 연속 출전해 공동 37위(HSBC 챔피언스), 공동 37위(JTBC 파운더스컵), 공동 50위(기아클래식), 공동 41위(ANA 인스피레이션)로 모두 예선을 통과했다. 전인지는 “경험만큼 좋은 배움은 없는 것 같다. 미국에 다녀온 뒤 골프가 업그레이드된 기분”이라고 했다.

대회가 열리지 않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학교(고려대 사회체육학과 3)에 간다. 전인지는 학업을 마치기 위해 해외 진출도 미뤘을 만큼 학구열이 남다르다. 올 시즌 김효주(20·롯데), 백규정(20·CJ오쇼핑), 장하나(23·비씨카드) 등 라이벌들이 미국에 진출했지만 국내 잔류를 택했다. 전인지는 “대회 뒤 캠퍼스로 돌아가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경기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1994년 8월 10일생인 전인지는 지난 해 나리타 미스즈(21세 215일)가 세웠던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비회원 신분으로 우승하면서 한 달 안에 일본 진출 의사를 밝히면 1년의 시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보다는 미국을 바라보고 있다. 전인지는 올 시즌 4개 대회에서 3만2075달러(약 3500만원)를 벌었다. 순위로 따지면 90위다. 전인지는 “자격이 있는 대회에 가급적 다 출전하겠다. 상금랭킹 40위에 들어 퀄리파잉(Q) 스쿨에 가지 않고 미국 투어에 진출하고 싶다”고 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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