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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백수오 파동의 진실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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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박태균
식품의약 칼럼리스트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겸임교수

난 최근 한국에서 ‘가짜 백수오(白首烏)’란 오명(汚名)을 뒤집어쓴 식물, 이엽우피소입니다. 국내에서 ‘진짜 백수오’로 인정되는 것은 은조롱이란 식물의 뿌리인데 은조롱의 별칭이 격산우피소예요. 결국 나와 은조롱은 모두 ‘우피소’(牛皮消) 패밀리의 일원인 셈입니다.

 난 원산지가 중국이며, 중국·부탄·네팔·인도·파키스탄 등에서 주로 자라는 식물이에요. 어쩌다가 한반도까지 오게 됐는데 사연은 이렇습니다.

 내가 한반도에 처음 들어온 시기는 1990년대 초입니다. 그 이전에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 당시 ‘진짜’ 백수오의 원료인 은조롱을 재배하던 국내 농가들은 식물을 받치는 지주 설치비용이 많이 들고 노동력이 엄청 소요되며 생산성이 떨어져 골치를 앓았어요. 재배를 기피하는 분위기였죠. 그 대안으로 중국에서 도입한 게 내 씨앗입니다. 난 주로 경북 영주 지역에 심어졌는데 최근까지 농가는 물론 관련 업체에서도 인기가 높았어요. 은조롱보다 생산수율은 높은데 가격은 절반 수준이었기 때문이죠.

 사실 국내에서 나와 은조롱은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거의 구분 없이 사용됐습니다. 관련 학술지인 ‘한국약용작물학회지’ 2005년 13권에 실린 논문 제목이 ‘백수오(이엽우피소)의 무(無)지주 재배방법에 따른 생육 및 수량’이었을 정도였어요. 백수오와 나를 사실상 같은 식물이라고 봐 괄호 안에 나를 묶은 것입니다. 심지어 그 논문에선 진짜 백수오인 ‘은조롱’을 ‘백수오 재래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불과 1년 전, 역시 ‘한국약용작물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도 “…대부분의 농가에서 은조롱 대신 이엽우피소가 재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기술된 대목이 있어요.

 그렇다면 왜 은조롱은 ‘진짜’, 난 ‘가짜’일까요? 대한약전 외 한약(생약) 규격집에 “백수오의 기원(起源) 식물은 은조롱”이란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중약대사전과 중약지(中藥志)에선 은조롱·이엽우피소·대근우피소, 셋 모두가 백수오의 기원 식물입니다. 따라서 나는 한국에선 ‘가짜’가 분명하지만 중국에선 ‘진짜’ 백수오입니다. 다만 중국의 약전(藥典)엔 내가 등재돼 있지 않습니다.

 이번 가짜 백수오 사태에서 마지막 쟁점으로 남은 것은 나를 섭취한 분들의 건강상 피해 여부입니다. 만약 내가 건강에 해로운 식물이 맞다면 나를 주원료로 한 제품을 구입한 분들은 환불은 물론 손해배상까지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건강에 별 영향이 없다면 백수오 파문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나는 스스로 변호하기 위해 나의 독성과 관련된 연구논문이나 보고서가 있는지를 검색해 봤습니다. 내가 많이 함유된 사료를 암퇘지에게 먹이면 유산 위험이 높아진다는 84년 연구 결과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독성 식물 데이터베이스’에 실려 있었습니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논문검색 엔진인 ‘Pubmed(www.pubmed.gov)’ 등에 내 학문명(Cynanchum auriculatum)을 치고 검색해 봐도 독성에 관한 내용은 찾기 힘들 것입니다. 오히려 암 예방, 식욕 억제, 간 섬유화 치료, 면역력 강화 등 나의 긍정적인 약효를 밝힌 논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요. ‘Pubmed’에서 나를 대상으로 한 연구논문은 31편이 검색됩니다. ‘진짜’ 백수오인 은조롱(Cynanchum wilfordii)을 다룬 연구논문(24편)보다 더 많습니다. 하지만 나와 은조롱 모두 한국인에게 신뢰받는 건강기능식품이 되기엔 연구가 너무 부족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현재까지 연구된 결과로 은조롱과 나 중 어느 쪽의 약효가 더 뛰어나며, 간(肝) 독성 등 부작용이 더 적은지를 판정하긴 힘들다고 봅니다. 이 정도로 ‘보일 듯 말 듯한’ 연구 결과만으론 ‘간 독성을 포함해 어떤 독성이 있다’고 판정하지 않는 것이 독성학계의 상례입니다. 만약 내가 조만간에 ‘간 독성이 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은조롱은 물론 다른 대부분의 허브(생약)들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생약은 대부분 간(肝)에서 대사(代謝)되며 ‘약과 독은 동전의 양면’이란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독성이 없는 것은 약성도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나와 은조롱은 ‘우피소 패밀리’에 속하는 만큼 비슷한 약성과 독성을 나눠 가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외양으로 둘을 식별하기도 힘든데 우리 둘의 장단점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작업이 될 것입니다. 비유컨대 품종이 다른 닭이 낳은 황색 계란과 백색 계란, 한우와 육우, 인삼과 장뇌삼의 효능·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비교 평가하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내가 정말 독성을 가졌는지는 앞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정밀하게 밝혀낼 것입니다. 저로 인해 너무 큰 파문이 일어났으니까요. 하지만 당장 나로 인해 한국인이 너무 심한 스트레스와 혼란을 겪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건강상 더 큰 손해일 수 있습니다.

박태균 식품의약 칼럼리스트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