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상민아, 너마저' … 노장 선수들 잇단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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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30대 베테랑의 팀' 프로농구 KCC가 주전 선수의 피로와 부상으로 위기를 맞았다.

슈터 조성원(34)이 무릎 통증으로 여덟 경기를 쉬다가 27일 오리온스전에 복귀했고, 팀의 리더인 이상민(33)은 왼손 손가락 골절로 6주 동안 코트를 비워야 할 처지가 됐다. 이상민은 25일 동부와의 경기에서 왼손 엄지손가락이 부러졌다. 부동의 국내 선수 트리오 이상민-조성원-추승균(31) 가운데 추승균만 건재하다.

이상민의 부상은 KCC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농구 경기에서 가장 공을 자주 만지는 포인트 가드의 손 부상은 치명적인 전력 손실이다. 병원에서는 완치까지 6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5라운드 초반에나 출전할 수 있다. 지금은 3라운드 막판이고 4라운드는 플레이오프 진출팀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시기다.

조성원의 무릎 부상도 완치된 것은 아니다. 오리온스전에서는 25득점으로 건재를 과시했지만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 피로가 쌓이고 운동량이 많아지면 무릎에 다시 물이 찰 수 있다. 무릎에 물이 차 있는 동안엔 통증이 심해 운동을 할 수 없다.

허재(40.사진) 감독의 고민은 크다. 승률 5할(13승13패)의 불안한 레이스를 계속하는 가운데 믿었던 노장들이 줄지어 이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28일 선수들에게 하루 휴가를 주고 혼자 숙소에 머무르며 심사숙고했다. 나름대로 마련해 둔 대책은 있었던 것 같다.

"팀을 맡을 때 각오했던 일이다. 그래서 시즌 초반부터 손준영.변청운.이형주 등 백업 요원들을 자주 출전시켜 유사시 스타팅 멤버로 기용할 준비를 해 왔다. 이상민의 공백은 표명일.최승태 등으로 메워 보겠다. 이상민이 복귀할 때까지 승률 5할을 지키는 게 목표다."

이상민과 조성원의 부상은 통산 세 차례(1997~98, 98~99, 2003~04시즌) 우승에 빛나는 KCC에 내려진 적신호다. 오래 정상에 머무르던 팀의 몰락은 대개 나이 많은 주전 선수들의 노쇠와 부상으로 시작된다. 이런 팀일수록 경험 많은 사령탑이 필요하다. 하지만 허 감독은 올해 데뷔한 새내기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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