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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윤승모 1억 전달’ 녹취 제시에 홍준표 “난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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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서울고등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홍 지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강정현 기자]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알렸던 홍준표 경남지사가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자리에 앉았다. 그는 자신을 옥죄고 있는 ‘의혹의 올무’를 벗기 위해 특별조사실에서 사법연수원 14기 아래의 후배 검사와 15시간 넘게 피 말리는 공방을 거듭했다.

 경남기업 관련 의혹 특별수사팀은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홍 지사를 8일 소환했다. 이날 홍 지사는 아침 7시55분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자택을 나섰다.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을 달고 나온 그는 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 인근 변호사 사무실로 이동했다.

 홍 지사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이러다 무죄로 밝혀지면 어떻게 할 거냐”고 짜증 섞인 말투로 말하기도 했다. 그는 답변 전략 등을 마지막으로 점검한 뒤 소환 예정 시간이 임박해서야 변호사 사무실을 나섰다. 오전 9시52분 도착한 서울고검 청사 앞에는 100명이 넘는 취재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경을 묻는 질문에 홍 지사는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에 소명하러 왔다”고 말했다.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엔 짧게 “없다”고 답한 뒤 곧장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홍 지사 조사를 맡은 손영배 부장검사가 서울고검 청사 12층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홍 지사를 특별수사팀 8호 조사실로 안내했다. 문무일 특별수사팀장이 그를 맞았다. 조사실에 앉은 홍 지사는 수사팀에서 커피를 내오자 “물을 달라”고 한 뒤 10분간 문 팀장과 얘기를 나눴다. 문 팀장은 “검찰이 특정 결론을 가지고 수사에 임한 게 아니다”며 “객관적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가지고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 팀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홍 지사를 포함해 그의 변호를 맡은 이우승·이혁 변호사와 모두 대학 동문이다. 김진태 총장과 홍 지사, 이우승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4기 동기다. 홍 지사를 조사한 손 부장검사는 연세대 출신으로 홍 지사가 검찰을 떠난 뒤인 199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99년 임관했다. 이날 조사에는 이혁 변호사만 배석했다.

 밤 늦게까지 이어진 조사에서 홍 지사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뒷받침할 소명자료들을 제시하며 줄곧 강한 어조로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다고 한다. “성 전 회장이 건넨 1억원을 홍 지사에게 전달했다”는 윤 전 부사장의 진술에 대해 “1억원은 성 전 회장이 윤 전 부사장에게 생활자금으로 준 것으로 (나는) 금품을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조사 도중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인 지난달 6일께 병원에 입원 중인 윤 전 부사장을 방문해 “당시 내가 건넨 1억원을 홍 지사에게 제대로 전달했느냐”고 확인한 녹취록을 홍 지사에게 제시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난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녹취록에서 윤 전 부사장은 “당시 홍 지사를 직접 만나 돈을 전달했다”고 답했다. 홍 지사는 성 전 회장 메모와 경향신문 인터뷰에 대해선 “전문(傳聞)증거로 진술자가 사망해 법정에서 증거능력이 없는 데다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윤 전 부사장 회유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수사팀은 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의 대질조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날 윤 전 부사장을 인근에 대기시켰으나 대질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팀 관계자는 “당사자들의 기억이 명료하고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일인 경우에는 대질조사가 유용하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효용성이 떨어진다”며 “홍 지사가 하고 싶은 말을 상세히 했으며 검찰이 확인하고 싶은 점도 대체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박민제·윤정민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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