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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폭력시위 근절 의지 위축돼선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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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통령은 공권력이 남용될 경우 국민의 피해는 치명적이라고 밝혔다. 시위 농민의 사망 원인이 경찰의 과잉 진압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 있다. 과도한 경찰력 행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원인도 짚어봐야 한다. 일방적으로 경찰의 책임을 따질 수 없을 만큼 농민들의 시위가 난폭했기 때문이다. 죽창.각목.화염병 등 갖가지 시위 무기로 경찰을 공격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대통령도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폭력 시위가 없었으면 불행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력 시위에 관한 한 대통령의 인식이 여론과 다르지 않아 다행이다.

이에 반해 국가인권위의 조사는 너무 편파적이다. 과잉 진압이 농민들의 사인이라며 검찰 수사를 의뢰하면서 폭동에 가까웠던 농민 집회는 '평화적이지 못하고 폭력이 동원된 집회'라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농민의 인권침해를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잉 진압에 이르게 된 경위도 파악했어야 한다. 당시 경찰관과 전.의경 218명이 다치고 전경 버스 세 대가 전소됐다. 공권력을 집행하다가 중.경상을 입은 경찰에게도 엄연히 지켜줘야 할 인권이 있다. 인권위의 징계 권고에 따라 서울경찰청장이 사표를 냈다. 이에 상응해 농민 측의 불법행위도 철저하게 수사하는 것이 정도다. 농민 9명 구속과 47명 불구속 정도로 마무리해서는 폭력 시위의 재발을 막기 힘들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사과가 경찰의 시위 질서 유지 위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불상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의식해 과격 폭력 집회를 방치하면 사회의 안정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민주화 수준과 반비례하는 한국형 시위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평화적 시위 풍토가 정착될 때까지 강력한 법 집행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