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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학당' 최고위…정청래 "사퇴 공갈치나" vs 주승용 "정말 사퇴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당선된 뒤 처음 열린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간의 노골적인 비방전이 벌어졌다.

이날 주승용 최고위원은 모두발언에서 ‘친노패권 정치’를 지적하며 문재인 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그러자 스스로 ‘당 대포’를 자처하는 정청래 최고위원이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며 주 최고위원을 공격했다. 정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에 주 최고위원은 “사퇴하겠다”며 회의실을 박차고 나갔다.

▶주승용 최고위원=“저도 참 이런 말씀 드리기가, 또 자주 한다는 것이 맞지 않다 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이걸 해결하고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발언을 두고 설왕설래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당내 문화와 패권주의를 없애는가의 문제였다. 저는 패권주의에 또다른 이름이 바로 비공개, 불공정, 불공평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에 패배하고 나서 그대로 있는 것도 저는 하나의 불공평이라고 생각했다.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 바꾸기 위해 빗장 과감히 열어야 한다.”

▶정청래 최고위원=“공개, 공정, 공평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사퇴하지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게 더 문제다. 자중지란보다는 협조할 때는 협조했으면 더 좋겠다.”

정 최고위원의 ‘공갈’이라는 발언이 나오자, 주 최고위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다.

▶주승용 최고위원=“공개 석상에서 이런 말을 쓰는 게 치욕적이다. 나는 세상 이렇게 살지 않았다. 사퇴하지 않을 거면서 사퇴한다고 공갈 쳤다? 이건 설사 그렇다 하더라고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그리고 제가 발언한 것에 대해서 (정 최고위원이) 사사건건 SNS를 통해서도 비판해 왔지만 참았다. 나라면 ‘주승용 의원의 말은 틀렸습니다’ 또는 ‘주승용 의원과는 의견이 다르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제가 아무리 무식, 무능하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당원들의 대표인 최고위원에게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는 공갈치지 않았다. 공개석상에서 (공갈쳤다는) 말을 들었으니 공개석상에서 하겠다. 비공개에서 해요? 저는 사퇴한다. 모든 지도부들 사퇴해야 한다.”

주 최고위원은 곧장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문재인 대표와 오영식 최고위원, 양승조 사무총장, 강기정 의원 등이 주 최고위원을 만류하기 위해 따라나갔지만, 주 최고위원은 회의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유승희 최고위원은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어제 경로당에서 인절미에 김칫국을 놓고 노래 한 자락 불러드리고 왔다”며 회의실에서 노래를 불렀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는 가사의 노래였다.

유 최고위원의 노래와 발언이 끝나자 추미애 최고위원은 “유 최고위원이 노래를 한 소절만 불러서 안타깝다. 분홍색 상의도 입고 오셨는데…”라며 분위기를 파악 못한 유 최고위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추 최고위원은 이어 “갈등을 성숙하게 풀때 국민도 우리를 신뢰할 것 아니냐”며 “지금 이 모습으론 국민 신뢰 얻기가 어렵다. 더불어 지지자들의 뜻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당후사라는 말이 실 없이 들리지 않도록 하는 성숙된 자세를 다시 한 번 강조드린다”고도 했다.

문 대표는 회의 마지막에 “오늘 있었던 발언은 우리끼리의 자리에서는 몰라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했다고 생각하고,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정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 최고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주 최고위원이 문 대표를 비판하는 것도 자유고, 내가 옳지 못한 주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것도 내 자유라고 생각한다”며 “(주 최고위원에게 사과할 의향이) 없다”고 했다. 주 최고위원이 주장한 “지도부 총사퇴”에 대해선 “또 물귀신 작전을 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공갈’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만 얘기하자”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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