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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휴대폰서 드라마 맘껏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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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가정주부 박모(46)씨는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인 ‘보이스톡’으로 미국에 유학을 간 딸과 통화하다 난처한 일을 겪곤 했다. 딸의 목소리가 자주 끊기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지 못한 것이다. mVoIP 이용 한도를 넘어서 발생한 일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사용량 제한이 없어지면서 박씨는 와이파이를 이용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보이스톡을 쓸 수 있게 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손모(24)씨. 짬이 날 때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보고 싶었지만 비싼 데이터 이용 요금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달부터는 지금과 비슷한 이통 요금으로 데이터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이제 데이터 비용 걱정 없이 맘놓고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인터넷 강의를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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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 2만원대 요금제에서 음성통화·문자메시지를 무제한으로 쓰고, 최저 5만원대 요금제에서는 데이터까지 무제한으로 사용하면서 나타날 새로운 모습들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8일 KT를 시작으로 SK텔레콤·LG유플러스 등은 이런 내용의 ‘데이터중심요금제’를 이달 중 시행할 예정이다.

 이런 파격 요금제는 휴대전화 이용 방식이 과거 음성통화·문자메시지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이통 요금체계는 내는 요금에 비례해 쓸 수 있는 음성통화·데이터가 함께 늘어나는 구조였다. 영업사원, 택배·대리기사 등 음성통화가 잦은 사람은 데이터를 사용할 일이 없어도 고가 요금제를 쓸 수밖에 없었다. 미래부 류제명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통신 환경이 달라지면서 음성·문자는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간단한 구조의 요금제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편익은 늘어난다. 경남 진주에 근무하는 김모(47)씨는 주말 부부다. 서울에 있는 아내·자녀와 전화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젠 월 2만원 이상 요금제로 무선 통화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어 이런 걱정을 덜게 됐다.

 이처럼 데이터는 거의 쓰지 않지만 손주·자녀들과 자주 통화하기 위해 비싼 요금제에 가입했던 장년층은 통신요금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데이터 이용료도 전반적으로 내려가면서 10대 청소년이나 20대 초반 대학생들의 데이터 이용 문턱도 낮아진다. 음성통화와 데이터 사용이 많은 20~40대 역시 수시로 음성 통화량과 문자 이용건수, 데이터 사용량을 체크하는 번거로움을 덜게 됐다.

이와 함께 굳이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을 찾을 필요 없이 자유롭게 mVoIP를 이용한 해외통화를 쓸 수 있다. ‘집 전화’의 필요성도 더욱 줄어든다.

 KT 관계자는 “새로운 데이터 선택 요금제로 1인당 평균 월 3590원, KT LTE 고객 1000만 명 기준 연간 총 4304억원의 가계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KT는 기존의 데이터 이월 서비스(‘밀기’)에 더해 다음 달 데이터를 최대 2GB까지 ‘당겨’ 쓸 수 있도록 한 ‘밀당’ 서비스를 선보였다. 매월 들쑥날쑥한 데이터 이용량 때문에 맞는 요금제 선택이 어려운 이용자에게 유용하다.

 산업계 지형 변화도 예상된다. 당장 모바일 영화, 동영상, 모바일 게임,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등 통신망 위에서 사업을 펼치던 인터넷 기업들은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반색하고 있다. 예컨대 데이터 사용 제한 ‘빗장’이 풀리면서 모바일 동영상을 이용한 마케팅이 늘고, 제2의 ‘카카오톡’ 같은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SK텔레콤 윤용철 PR실장은 “시장 경쟁 패러다임이 보조금 마케팅에서 데이터 서비스 경쟁으로 이동하게 되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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