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다국적화」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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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러해 전 영화「대부」가 전세계에 충격의 선풍을 몰아왔던 기억이 새롭다.
서울 회현동 암달러상 최현훈씨 피살사건은 바로 마피아류의 국제범죄 조직에 의한 청부·보복살인의 심증이 짙어지면서 더욱 으스스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충분한 선전효과를 노려 대담·잔혹하게 범행하고 최신의 통신·교통시설을 이용, 수사진을 농락하는 것을 장기로 하는 국제범죄 조직의 마수-.
그 마수가 우리 국내치안을 교란하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면 충격이 아닐수 없다.
이틀새 대낮 서울 한복판서 벌어진 암달러상 피살사건에서 한 건은 미제인채, 또 한 건은 국제범죄 조직 범행의 인상을 짙게 풍겨 시민들은 삼복에 소름이 돋는다.
국제범죄 조직의 우두머리는 뭐니뭐니해도 「마피아」다. 영화「대부」로 그 생태의 일부가 세계에 공개된 마피아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빈민들이 조직했던 범죄집단. 본업(?}은 마약밀매지만 도박·매춘·밀수·유괴·청부살인·청부폭력 등 모든 범죄를 댓가만 충분하면 결코 사양하는 법이 없다.
19세기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악명을 높이기 시작한 마피아는 범죄뿐 아니라 반마피아나 배신자에 대한「피의보복」으로도 유명하다. 미국에서는「레이건」대통령이 작년말 마피아단 소탕선언을 할 정도였고 독일에서도 골치를 않고있다. 원산지격인 이탈리아에서는 매년 정부 고위관리들까지 희생당하면서 소탕작전을 편바있지만 마피아 범죄아성은 끄덕도 없다.
국제범죄 조직의「대형」격인 마피아 말고도 세계 각 지역마다 소규모의 조직이 마피아와 연계하에 혹은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의 다국적화와 마찬가지로 범죄도 다국적화 하고 있으며 대 범죄전쟁은 지구촌 ·인류의 공동과제로 되어가고 있다.
최씨 피살사건도 대담·잔혹·기동성의 특징은 그대로 드러났다.
대낮 행인들이 많은 도심 복판에서 더구나 불과 창문하나 사이에 사람이 있는데도 주저없이 범행을 했다.
단 한번 칼에 찔렸는데도 목의 앞부분이 거의 3분의 2쯤이나 잘려 버렸다.
수사관들은「전문가」가 아니고는 흉내도 낼 수 없는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범행을 끝내자마자 비행기를 탔다.
탑승 2시간전부터 3중 4중으로 감시했는데도 유유히 예약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던 여유…
처음있는 국제범죄에 국내 수사진은 몹시 당황하고 있는 인상이다.
독안에 든 쥐를 놓친 낭패감에서 그 당황은 더한 것 같다. 홍콩서 잡힌 범인 정의 인도교섭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는 미지수.
서울의 등과·홍콩의 정은 서로 자신이 주범이 아니라고 발뺌해 범행의 정확한 동기나 경위 규명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국제범죄 조직에 의한 청부·보복살인의 심증에도 불구, 단순강도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예상된다.
우리경제·문화의 국제화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 동안의 우리 치안·경찰은「국내」에 머물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국제범죄 조직은「강 건너 불」이 아니라 우리 국내 치안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게끔 됐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이제 가능하지 않은 소망이다. 발등의 불에 대책이 시급하다. 범죄의 공포에서 시민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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