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했던 정근우, 가슴이 뻥 뚫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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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간스포츠]

답답했던 정근우(33·한화) 가슴이 뻥 뚫렸다.

정근우는 5일 대전 kt전에서 2루수 2번타자로 선발 출전해 만루 홈런을 때렸다. 8-8 동점이었던 5회 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등장해 상대 투수 이창재의 6구째인 시속 141㎞속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0m의 시즌 2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으로는 3번째 만루홈런이었다. 정근우는 5타수 4안타 4타점 4득점으로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한화는 15-8로 대승을 거뒀다. 정근우는 경기 후 "만루 홈런 후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며 "복귀 후 타격감이 좋지 않았는데 특별타격(특타) 훈련으로 감을 찾았다"고 좋아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정근우는 좌불안석이었다. SK 시절 스승 김성근(73)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부임 이후 '군대에 두 번 입대한다'는 각오로 지옥훈련을 견뎌냈다. 하얀색 유니폼이 그라운드 흙으로 뒤덮여 새까맣게 변할 때까지 구르고 또 굴렀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 도중 상대 야수의 송구에 턱을 다쳐 미세 골절 부상을 당했다. 음식을 씹을 수도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무엇보다도 하루 빨리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게 힘들었다. 턱 통증이 가라앉자 등 부위에 담 증세가 생겨 복귀를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리고 개막 한 달여가 지난 4월 22일 LG전에 전격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이 만년 꼴찌 한화는 돌풍을 일으키며 중위권에 안착했다. 돌아온 정근우는 "사실 경기 감각이 없어서 걱정이지만 우리 팀 분위기가 좋으니 나도 열심히 해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지난달 7경기에 출전해 타율 0.136에 그쳤다.

국가대표 출신 2루수가 보여줬던 견고한 수비도 사라졌다. 지난 3일 대전 롯데전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1회 초 1사 주자 1루에서 황재균의 타구를 유격수 강경학이 잡아 2루에 던져 병살 플레이를 유도했지만 정근우가 공을 놓쳤다. 이후 선발투수 유창식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볼넷을 내주며 어느새 주자 만루가 됐다. 그리고 롯데 포수 강민호가 만루포를 쏘아올려 사실상 승부를 끝냈다.

자신에게 실망한 정근우는 김 감독이 주도하는 '지옥의 펑고' 훈련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날 그는 김 감독이 직접 던지는 공을 받기 위해 온 몸을 던졌다. 약 30분이 지나자 그라운드에 쓰러질 정도로 지독한 훈련이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일까. 정근우가 점점 살아나고 있다. 5월에 들어서면서 타율 0.462까지 치솟았고 홈런도 두 개나 쳤다. 수비도 매끄러워지고 있다. 정근우는 "초반에 워낙 타격이 안 좋았다. 아무래도 특타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과정이 더 길어질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님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정근우는 "다리 움직임이 부족하다. 풋워크와 순발력을 운동을 많이 해서 다음에는 다이빙을 하지 않고 수비 범위를 넓게 가지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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