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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칼럼] 돌싱의 반퇴시대 대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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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경제선임기자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이혼. 이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사회 변화와 함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이 바뀌면서 언제라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50대 중반을 넘어선 남자(또는 여자) 넷이 모이면 한 명은 '돌싱'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게 통계적으로 입증된 얘기는 아니어서 곧이 곧대로 믿을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그만큼 이혼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를 의미하는 조(粗)이혼율은 2.3건을 기록했다. 1000명당 2.3명이 이혼을 경험하고 있다면 그다지 많아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전체 건수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국내 이혼 건수는 11만 5500건에 달했다. 1년 전에 비해 200건, 0.2% 증가했다. 급격히 치솟던 이혼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혼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이혼 1년에 11만건, 10년이면 200만명에 달해

이렇게 쏟아지는 이혼 인구를 10년만 더하면 이혼 건수는 100만 건이 훌쩍 넘어간다. 남녀 인원 수로 계산하면 200만 명이 이혼을 경험한다는 얘기다.

이제 본격화하고 있는 반퇴시대(퇴직 후에 30년에 이르는 노후를 보내기 위해 계속 일해야 하는 시대)에 이혼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과거에는 이혼도 드물고 노후 걱정도 없었다. 1970년대 기대수명이 61.9세에 그쳤으니 평균적으로 환갑을 쇠면 세상을 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혼을 하면 60세를 기준으로 최장 30년간 돌싱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도무지 어울리기 어려운 사람과 사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장수시대에 돌싱으로 노후를 보내는 것도 간단치 않을 수 있다. 돌싱이 되면 무엇보다 재산이 분할되면서 경제력이 크게 줄어든다. 당초 명의가 어느 쪽이든 이혼으로 인한 재산 분할 과정에서 한 쪽은 주택이 없어지게 된다. 연금을 비롯한 저축도 크게 쪼그라들 수 있다. 불가피한 이혼이야 어쩔 수 없지만, 돌싱 전 상태보다는 단단한 각오로 반퇴시대를 준비해야 노후 30년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돌싱에게 가장 좋은 반퇴 준비는 다시 가정을 꾸리는 일이다. 이혼하는 부부의 절반은 미성년 자녀가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자녀가 없으면 재혼할 가능성도 크다. 드라마에서는 자녀가 있어도 재혼에는 큰 걸림돌이 안 되는 것을 보면 돌싱이 다시 가정을 꾸리는 데 자녀가 넘지 못할 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재혼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노후 걱정 때문에 다시 가정을 꾸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노화가 늦게 진행되는 시대여서 돌싱에겐 혼자 살아가는 게 오히려 즐거울 수도 있다. 다시 처녀, 총각 때처럼 자유를 만끽하고 챙길 가족도 없거나 많지 않은 생활에 익숙해지면 결혼은 무거운 짐이라고 확신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환갑 쇠고 70세 가까워졌을 때 대비 필요

문제는 환갑을 쇠고 70세가 가까워오면서다. 가장 큰 적은 아마도 외로움이나 건강문제라고 봐야 한다. 재혼을 안 한 상태에서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 자녀라도 있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아예 자녀가 없으면 70세 이후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대비책은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가 될 수밖에 없다.

장수 시대에는 사별 역시 결과적으로 ‘싱글족’이 되는데 노후 보내기가 만만치 않다. 일본에서는 이미 고독사를 통해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지 오래다. 고독사가 늘어나자 지역단위 커뮤니티에서는 온갖 예방책을 동원한다. 집 앞에 우유나 우편물이 쌓여 있으면 반드시 인기척을 확인한다. 또는 마을에서 자원봉사자가 정기적으로 혼자 사는 노인의 집을 돌면서 안부를 물어보기도 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고독사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퇴시대의 예고편을 보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 노후를 보낼 건지 미리 생각해둬야

이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노후를 혼자 보내야 하는 사람들은 각별히 노후를 보낼 곳을 미리 염두에 두는 게 좋다. 얼마나 양질의 노후를 보낼 것인지의 관건은 결국 돈 문제로 귀착된다. 요즘엔 돈만 많이 내면 한 몸 의탁할 고급 노후시설은 얼마든지 많다. 스파시설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호텔 같은 서비스와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기 때문에 심심하지 않고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살아갈 수 있다.

지금은 이런 고급 시설을 일부 종교단체나 일부 대기업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1차 베이비부머가 모두 환갑을 넘기는 2023년쯤에는 전문사업자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시설을 이용하려면 결국 현업 시절에 노후 자금을 많이 만들어놓아야 한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재취업이나 창업에 성공해 은퇴시기를 늦출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다.

김동호 경제선임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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