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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귀하신 몸이던 로브스터, 1만원대로 친숙해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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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버터칩·한식뷔페·마카다미아넛처럼 음식에도 유행이 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음식으로는 바닷가재(로브스터)를 빼놓을 수 없다. 바닷가재 살을 양념해 빵에 올린 로브스터롤 한 개 먹으려고 30분 이상 줄을 선다. 바닷가재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인기라는 해산물뷔페 레스토랑은 전화 통화마저 힘들다. ‘어렵게’ 바닷가재 요리를 맛본 이들은 그 사진을 인스타그램·페이스북 같은 SNS에 올리곤 한다. 이번엔 이 SNS를 본 그의 지인들이 바닷가재를 찾아 나설 차례다.

 바닷가재의 인기를 이끈건 로브스터롤이다. 지난해 5월 이태원에 문을 연 ‘랍스터바’는 바닷가재 열풍을 일으킨 원조로 꼽힌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로브스터롤로 가격은 2만~2만5000원선이다. 값비싼 몸값으로 문턱이 높았던 바닷가재 요리를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결국 몰려드는 손님들을 다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개점 6개월 만에 인근의 넓은 곳으로 가게를 옮겼다. 최근 핫한 맛집으로 알려진 경리단길의 ‘로코스’도 로브스터롤 전문점이다. 특제 롤빵에 바닷가재를 얹은 로브스터롤과 프렌치프라이, 채소 샐러드를 한 그릇에 담은 플레이트를 판매한다. 로브스터롤 가격은 1만9000원이다.

 백화점과 호텔들도 앞다퉈 로브스터롤 판매에 나섰다. 갤러리아명품관 식품관인 ‘고메이494’는 지난해 10월 이태원 로브스터바를 팝업스토어(짧은 기간 운영하는 임시 매장)로 선보였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같은 해 12월 재입점 했고 지금까지 월 평균 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로브스터바에서 만난 김재인(24)씨는 “로브스터는 가격이 비싼 편이라 자주 먹기 힘들지만 로브스터롤은 가격이 1만원 정도로 저렴하고 맛있어 종종 찾는다”고 말했다. 그랜드하얏트, 롯데호텔서울, 밀레니엄서울 힐튼 등 특급 호텔들도 바닷가재를 메인으로 한 봄철 특선 요리로 선보였다. 특히 롯데호텔서울은 4월 8일부터 2주 동안 로브스터롤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당초 예상보다 2배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면서 10월까지 운영하는 노천카페 ‘쿨팝스’ 메뉴에 포함시켰다. 감자튀김이 포함된 로브스터롤 가격은 1만6000원이다. 로브스터롤의 높은 인기는 국내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은 뉴욕의 레스토랑과 푸드트럭을 중심으로 한국보다 앞서 로브스터롤이 인기를 끌었다. 미국의 허핑턴포스트가 4월 발표한 ‘죽기 전에 먹어봐야 할 25가지 음식’에 베녜(프랑스 도넛)·리코타치즈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고메이494의 로브스터 샌드위치.

 롤만 있는 건 아니다. 바닷가재를 무제한으로 맛볼 수 있는 해산물뷔페인 바이킹스워프는 예약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에 웃돈을 주고 예약을 양도받으려는 문의글이 올라온다. 매주 미국에서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공수해 온다. 특징은 1인당 100달러(약 10만7000원)로 가격이 정해져 있어 매일 환율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달라진다. 밀레니엄서울 힐튼 호텔은 올데이다이닝 ‘카페395’에서 뷔페로 바닷가재 구이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가격은 8만9000원이다.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는 바닷가재 꼬리에 치즈를 올려 구운 ‘랍테일’을 1만9000원에 판매한다.

 이처럼 바닷가재 인기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데에는 해외 경험을 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반면 바닷가재의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이나 고급 레스토랑 문화가 확산되면서 소비자의 눈높이가 달라진 게 결정적이다.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의 박경록 조리장은 “과거에 비해 바닷가재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과거엔 생소한 고급 식재료였던 바닷가재가 요즘은 가까운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는 앞다퉈 1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바닷가재를 판매하고 있다. 급기야 봄이면 제철을 맞아 식탁에 자주 오르던 꽃게는 바닷가재에 자리를 내줬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2011년 3·4월 갑각류 내 96%를 차지했던 꽃게 매출 비중이 올해 65.2%까지 떨어졌다. 반면 바닷가재·킹크랩·대게 등 수입 갑각류의 비중은 2011년 4%에서 올해 34.8%까지 8배 이상 높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바닷가재를 조리할 때 맛 내는 방법을 묻는 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박경록 조리장은 “활바닷가재는 차가운 수돗물에 1분30초~2분 정도 해감하면 염도를 낮출 수 있고 냉동 바닷가재는 자연 해동으로 녹인 뒤 물기를 충분히 제거한 후 사용해야 제대로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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