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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 기자의 미장원 수다] 닭가슴살만 먹어도 살이 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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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느님` 미워요.

"다이어트하려면 닭가슴살 먹으라고 하는데, 그럼 프라이드 치킨의 닭가슴살을 먹어도 되지 않나요?"

저희 집에는 '마술 옷장'이 있습니다. 안에 옷을 넣어두면 믿기 힘들 정도로 작아지는 마술이 일어납니다. 올봄에도 여지없이 마술에 걸린 옷들이 생겨났습니다. 지난해 봄에는 분명 무리없이 입었던 옷인데 올해는 단추를 채울 수조차 없을 만큼 작아졌더군요. 대체 옷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물론, 압니다. 옷이 작아진 게 아니라 제가 살이 찐 거라는 걸요.

날도 따뜻해졌으니 여자들의 일생의 동반자 다이어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하면 할수록 살이 찌는' 잘못된 다이어트 습관과 상식에 대해서 말입니다.

옷이 점점 작아진다는 마술 옷장?

그 첫번째는 닭가슴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사 도입부는 '마술 옷장'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서로 '내가 더 살 쪘다'고 배틀을 벌이던 중 한 친구가 한 말입니다. 그 친구는 "프라이드 치킨을 먹을 때도 다이어트를 생각해서 가슴살 위주로 먹는다"며 "튀김옷을 입힌, 지방이 많은 껍질은 벗겨내고 먹는다"고 했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지만, 저 또한 이렇게 '하면 할수록 살이 찌는 다이어트'를 하곤 합니다.

다이어트할 때 닭가슴살을 추천하는 이유는 닭가슴살에는 지방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양질의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반면 열량은 상당히 낮죠. 닭가슴살 100g에 지방 함량은 100~110kcal 정도로 중간 크기 바나나 1개의 열량밖에 안됩니다.

『고기수첩: 고기박사 필로 교수가 알려주는 82가지』에서 저자 주선태 경상대 축산학 교수는 닭가슴살을 '닭고기 부위 중 메티오닌을 비롯한 필수 아미노산을 쇠고기보다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돼지고기나 쇠고기에 비해 섬유질이 가늘고 연해 소화가 잘됩니다. 때문에 어린이·노인·환자의 기력 회복을 위해 닭죽을 만들 때 닭가슴살을 많이 사용합니다.

저지방은 알겠는데 왜 '고단백'이 필요하냐구요? 단백질은 우리 몸의 뼈·근육·머리카락 등 모든 부위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데 필요한 필수 영양소입니다. 특히 항체의 주요 구성 성분이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또 요즘은 마른 북어처럼 빼빼 마른 것보다 근육이 적당히 있는 날씬한 몸매가 인기지요. 그러기 위해선 '덜렁거리는' 물렁살은 빼고 단단하고 적당한 크기의 근육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 꼭 챙겨 먹어야 하는 것이 바로 단백질 식품입니다.

근육이 만들어지는 원리는 이렇습니다.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근육이 미세하게 끊어졌다가 재생이 됩니다. 상처입은 피부에 새 살이 돋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때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면 새 근육 사이사이에 단백질이 흡수되면서 근육이 더 발달합니다. 따라서 충분한 단백질 섭취는 근육을 키우는 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물론 단백질 식품에는 쇠고기, 돼지고기, 생선, 콩 등 다른 음식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다이어트엔 닭가슴살만 얘기하는 걸까요.

오색채소 닭가슴살 샐러드

다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저지방'입니다. 닭가슴살은 육류 중 가장 지방이 적으면서 단백질을 다량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기에 다이어트식으로 각광받는 겁니다. 헌데, 닭가슴살을 튀겨서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다이어트식으로서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저지방은 사라지고 그냥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기름이 많은 튀김옷이나 튀겨진 껍질을 떼어 내고 먹으면 괜찮을까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닭가슴살 역시 기름에 튀겨지는 순간 조직 사이사이에 기름이 스며들어갑니다. 기름에 직접 닿았던 튀김옷이나 껍질과 별 다를 바가 없어지는 거죠.

열량으로 비교해볼까요. 조리하지 않은 생 닭가슴살의 열량은 100g 당 102kcal 입니다. 기름에 튀긴 프라이드 치킨의 경우 290kcal 정도, 훈제하거나 오븐에 구운 치킨은 130~140kcal라고 합니다. 닭고기 100g은 여자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한 조각 크기입니다. 두 조각을 먹는다면 프라이드 치킨은 580kcal, 생 닭가슴살은 204kcal의 열량을 섭취하는 셈이죠. 프라이드 치킨을 생각없이 먹었다가는 몇 조각 먹지 않았는데도 제대로 먹은 한끼 식사만큼의 열량을 먹게 되는 겁니다.

닭가슴살 구이

그렇다고 닭가슴살을 생으로 먹을 순 없죠. 어떻게든 조리는 해야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열량이 높아지지 않도록 찌거나 물에 데쳐 먹는 겁니다. 하지만 찌거나 데친 닭가슴살은 정말 퍽퍽하고 비린내도 납니다. 제 아무리 '약'이라고 생각하고 먹어도 오래 먹기 힘듭니다. 여자 연예인들을 오랫동안 담당해온 윤경섭 헬스 트레이너는 "질리지 않고 먹으려면 생 닭가슴살을 구워 먹으라"고 권했습니다. 직접 여러가지 방법을 써본 결과 그나마 질리지 않고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랍니다.

요즘은 햄처럼 훈제해서 한 팩씩 포장해 파는 시판 닭가슴살도 많지만 윤 트레이너는 그것보다는 "직접 구워 먹는 것이 몸에 좋다"고 말합니다. 훈제 닭가슴살 팩은 먹긴 편하지만 그 안에 어떤 첨가물이 들어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닭가슴살을 구워 야채 위에 얹어 샐러드로 만들어 먹는 건 어떨까요. 야채가 가지고 있는 즙 때문에 목넘김은 한결 수월하지만 이때도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드레싱입니다. 요구르트·마요네즈·오일을 베이스로 한 드레싱 4~5 큰술만 부어 먹어도 원래 닭가슴살과 야채의 열량에 500kcal의 열량을 더하는 것과 같습니다. 닭가슴살에서 애써 빼낸 열량을 드레싱으로 다시 다 먹는 셈입니다.

가장 안 좋은 방법은 닭가슴살 튀김에 마요네즈를 베이스로 한 드레싱을 얹어 먹는 케이준 치킨 샐러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그릇에 800kcal에 달하는 샐러드. 이거 먹고 다이어트 하려고 했다면, 하면 할수록 살이 찌는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겁니다.

닭가슴살을 먹을 땐 튀기지 말고 구워서, 샐러드로 먹을 땐 반드시 드레싱을 빼고 먹는 것, 기억하세요.

강남통신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윤경희 기자의 미장원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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