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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실 직시할 필요” … 인도로 눈 돌리는 G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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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스테판 자코비

제너럴모터스(GM)의 아시아 생산 거점이 한국에서 인도로 바뀔 전망이다. 한국의 노동비용 상승에 따른 경쟁력 약화와 인도 시장 공략에 본격 드라이브를 거는 GM의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GM은 이미 글로벌 제조 공장을 재편해왔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공장은 이미 폐쇄했고, 태국에서는 생산 규모를 줄였다.

 스테판 자코비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공장을 닫을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하지만 한국GM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GM이 몇 년 전 한국 공장의 경영개선 작업을 시작했지만 강력한 노조가 난제”라며 “회사가 한국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지난해 63만 대를 생산했다. 공장가동률은 79%대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인 IHS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멕시코 등 GM 북미 공장의 지난해 평균 가동률은 100%다. 이 때문에 한국GM의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은 수년간 GM의 저비용 수출 허브로 전 세계 생산의 20%를 담당했지만 최근 5년간 노동비용이 일본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의 고전을 만회하기 위해 GM이 눈을 돌린 곳은 인도다. 그동안 GM 입장에서 인도 시장은 계륵과 같았다. 진출한 지 18년이 지났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지난해 인도 내 GM 판매량은 5만7600대로 시장점유율은 1.8%에 불과하다. 손해도 이어져 올 1분기 인도에서 385억 루피(약 6541억원)의 손실을 봤다. 하지만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 이후 인도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며 GM도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다. 10년 안에 시장점유율 5%를 확보해 연간 40만 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도에서 새로운 소형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코비 사장은 “인도는 자동차 산업의 커다란 백지”라며 “저임금을 바탕으로 인도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30%(연간 17만 대)를 동남아와 남미로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인도 내 GM의 연간 생산량(28만2000대)을 57만 대로 늘린다는 것을 시사한다.

 IHS 오토모티브의 제임스 차오 아시아·태평양부문 책임자는 “인도가 GM의 주요 글로벌 생산과 수출 허브가 될 것”이라며 “GM의 아시아 수출기지로서 인도가 한국을 부분적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GM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 전기자동차 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 생산 중인 물량을 인도로 이관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호샤 사장은 “인도 시장은 스파크를 비롯한 경차와 소형차 수요가 많은 곳”이라며 “그쪽에 맞는 현지화된 차량을 인도에서 자체 생산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현옥·이수기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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