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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엮어보기] 경찰서 주차장에서 온라인 직거래 하기

중앙일보

입력

사우스캐롤라이나 오코니 카운티의 보안관 마이크 크랜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AP는 3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너 경찰서 등 관공서가 ‘온라인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주차장에 ‘안전 지대(safe zone)’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크랙리스트' 같은 온라인 거래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어 있는데 신원을 확인하지 않고 거래에 나가다 보니 범죄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발생했던 강력 사건만 해도 여러 건이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콜로라도 롱모트에서 온라인으로 아기 물품을 구매하겠다던 부부가 임산부의 배를 갈라 아이를 가져가는 사건이 있었다. 경찰서 주차장을 온라인 직거래 장터로 만들어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자동차를 구매하겠다고 하고서는 총으로 판매자를 저격하는 사건 등 살인사건만 최근 2건 이상 발생했다.

크랙리스트를 통한 범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에서도 온라인 거래 주의보를 발령하는 등 골머리를 앓아왔다. 해결책을 내놓은 건 오코니 카운티의 보안관 마이크 크랜쇼. 올해 초 그는 자신의 보안관 사무실 뒤쪽 주차장을 온라인 직거래 장소로 제공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상품을 마지막으로 거래할 때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미국 법원 등에서는 주차장을 이혼부부의 자녀 접견 장소로 제공해 가정폭력 등 분쟁을 막는 방법으로 이미 활용하고 있었다.

온라인 직거래 '안전지대'는 경찰이 온라인 직거래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대신 CCTV를 통해 24시간 감시하며 문제 발생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비상벨도 설치해서 만약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 대처할 수 있다. 오코니 카운티의 시민친화적 아이디어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전체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온라인을 통한 범죄가 확산되면서 안전한 거래를 위해 경찰이 거래가 가능한 장소를 제공하며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한국도 세계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개인간 온라인 직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유명 포털사이트의 중고거래 커뮤니티에서는 하루에도 10만 건 가량 새로운 물품이 올라온다. 물품도 옷부터 차량, 부동산까지 없는 물건이 없다. 기자도 몇 차례 온라인 직거래를 해봤지만 싼 가격에 원하던 물건이 나오면 의심부터 덜컥 드는 것이 사실이다. 2013년에는 한 부부가 무려 28억 원어치 상품권 사기를 쳤다 경찰에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돈만 받고 물품 배송을 안 하는 사기를 비롯해 직거래 현장에서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한국에서도 경찰이 이런 미국의 시스템을 배워보는 게 어떨까 싶다. 경찰서가 부담스럽고 먼 곳이 아니라 시민이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한 곳으로 다가올 때 공권력에 대한 신뢰도 높아지지 않을까?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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