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우리가 예뻐서 재승인 해줬겠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간발의 차였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홈쇼핑 3개사(현대·NS·롯데) 재승인 심사에서 롯데홈쇼핑은 1000점 만점에 672.12를 맞아 꼴찌로 통과했다. 특히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영역에서는 과락(200점 중 100점 이상)을 간신히 넘긴 102.78점을 받았다. 승인 기간도 타사(5년)보다 짧은 3년으로 정해졌다. 미래부는 “임직원 비리, 불공정 거래 등을 고려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30일 발표 직후 기자와 만난 강현구(55·사진) 롯데홈쇼핑 대표는 진이 다 빠진 모습이었다. 재승인 탈락이란 사상 초유의 일을 겪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우리가 예뻐서 재승인을 해준 것이 아니란 것을 잘 안다. 우리와 거래하는 협력업체를 봐서 승인을 해 준 것이니 앞으로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에 전력투구 하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의 보고를 받은 신동빈(60) 롯데 회장도 “고객에게 약속을 했으니 (불공정 관행·납품비리 등이) 다시는 없도록 하라”는 주문했다.

 지난해 납품비리 수사가 진행되고 신헌 전 대표(당시 롯데백화점 사장)가 구속되는 등 롯데홈쇼핑은 수많은 악재에 시달렸다. 강 대표는 “누구도 우리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변화만이 살길이었다. 강 대표는 롯데홈쇼핑 내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던 악습을 없애는데 주력했다. 샘플은 2개까지 써보고 돌려주거나 아예 구입해서 쓰게 했다. 밥·커피도 더치페이 또는 롯데 부담으로 바꿨다. 전 직원에게 법인카드(월 30만원 이상)도 나눠줬다. 납품업체 선정 과정도 인트라넷에 공개하는 한편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수장으로 하는 경영투명성위원회의 감사를 받도록 했다.

 강 대표는 “재승인 준비를 하느라 향후 전략을 마련하는데 다소 소홀했다”며 “부족한 점을 채워가는 동시에 성장전략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독자 상품 강화 ▶중소 협력업체 판로 개척 ▶직접 물류·배송 강화 등으로 다른 홈쇼핑과의 차별화에 나선다. 패션에서는 6개월~1년 전에 미리 트렌드를 예측한 독자상품을 개발한다. 주문형 비디오(VOD) 홈쇼핑도 강화한다. 기존의 홈쇼핑 채널 외에 IPTV나 케이블 TV에서 VOD로 물건을 찾아볼 수 있는 방송이다.

 강 대표는 ‘가짜 백수오 논란’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개봉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전액 환불을 원칙으로 하되 소비자가 이미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는 유해성에 대한 정부당국의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홈쇼핑 6사 관계자들은 4일 한국소비자원과의 백수오 대책 간담회에 참석한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