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의 대외 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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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내 증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처음으로 허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증시 개방은 비록 제한적이고 간접적인 것이기는 하나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경제의 개방화 정책과 함께 무역의 자유화가 계속 확대되고 있고, 이제 증시의 개방이 착수됨으로써 자본자유화의 첫 단계에 접어들었다.
물론 이번 증시의 대외 개방은 외국투자가의 완전한 자유참여라기 보다 「코리아 펀드」라는 투자회사를 통한 간접 투자의 형태를 띄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형태의 개방이든 간에 증시의 국제화는 이미 착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의 개방화, 국제화를 추진해온 70년대 이후의 경험으로 미루어 이번의 증시 국제화 역시 많은 제약과 한계에 부닥치게 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 시장의 불안정요소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증시개방은 일련의 국제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고도 시험적인 하나의 계기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아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안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번의 자본시장 개방착수가 명분과 체면으로서의 국제화가 아닌 보편적인 개방 이득을 얻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자본자유화가 비록 하나의 원칙이나 방향으로 세워져 있다해도 현실적인 여건과 제약을 벗어나기는 어려우며 그 양자를 가늠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증시 개방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득은 안정적인 외국 기자가의 유치로 우리의 외자조달 채널을 다양화하고 국내 자본시장의 규모와 기능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일은 어느 한 부분의 시장개방만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경제의 여러 부문에서 자유로운 상품, 용역, 외환, 자본의 이동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동시에 그것은 단순한 자유화의 폭을 넓히는 일만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어떤 형태의 개방정책일지라도 국내적 산업조정과 적응 능력의 확보 없이는 개방의 실효를 얻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부작용과 혼란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개방정책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제조업 중심의 단순경제에서 탈피하고 금융, 보험, 서비스 등 여러 형태의 선진형 산업패턴을 갖추어 가는데 필수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때문에 증시뿐 아니라 금융, 자본시장 일반의 폭넓은 개방화와 선진경영 기법의 도입은 이들 산업의 발전에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다른 부문의 개방에서 경험한바 있듯이 현실적인 국내 시장은 아직도 영세하고 뒤떨어져 있는 부문이 많아 개방화의부작용은 적지 않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우량 기업들의 기업공개는 여전히 기피됨으로써 시장상품의 다양화는 아직도 시일을 요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국내 시장의 투자가들은 투기적 거래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시장의 안정성이 결여돼있다. 이런 증시의 불안정 요소들이 먼저 해결되고 개선되어야 증시의장기발전이 정착되고 증시의 국제화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안의 증시개방도 시험적이며 단계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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