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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5 문화계 - 미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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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중섭의 둘째 아들 이태성씨가 선친의 유작이 확실하다며 서명과 형태를 설명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경매에 내놓은 그림이 위작이라고 결론지었다.

아름다운 미술(美術)이 아니라 헷갈리게 미혹하는 미술(迷術)의 한 해였다. 진실 게임은 미술계에도 있었다. 이중섭.박수근 위작 논란이다. 검찰의 개입으로 가짜 그림으로 밝혀진 뒤끝에 국내 제2 경매사가 등장해 기존 경매사와 박수근 그림 값 기록 경신 경주를 벌였다. 사건과 돈이 맞물려 돌아간 셈이다. 난해한 추상과 설치미술이 주춤하면서 '회화의 복권'을 외치는 구상미술이 미술애호가의 눈을 붙들었다.

◆대량 위작 의혹 사건=이중섭(1916~56)과 박수근(1914~65)의 작품을 2700여 점 갖고 있다는 소장가, 50여 년 간직해왔다는 선친의 작품을 팔겠다고 내놓은 이중섭의 아들과 부인, 이들과 미술애호가 사이에서 거간꾼 노릇을 한 경매사, 이 작품을 위작으로 판정해 이의를 제기한 한국미술품감정협회. 한국 현대미술사상 최대의 위작 의혹으로 기록된 이중섭.박수근 위작 논란은 결국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의 의뢰를 받은 전문가들은 문제의 작품들이 위작인 것으로 판정했다. 현재 나머지 작품을 압수해 계속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내놓을 진실 발표가 2006년 미술계에 한바탕 후폭풍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나라가 인정하는 가칭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평론가와 기획자 모두 올해의 작가로 손꼽은 김홍주씨. 그는 ‘회화란 무엇인가’의 문제를 뚝심있게 제기함으로써 구상미술의 힘, 회화의 복권을 알렸다.

◆구상 미술의 용솟음=연분홍 꽃잎 한 장을 큼직한 캔버스 가득 그리는 김홍주, 유치하게 보이는 플라스틱 대형 꽃봉오리로 시선을 사로잡는 최정화, 손톱만한 인간상으로 소인국 풍경을 빚는 함진씨는 모두 한국 미술계에 구상의 힘을 보여준 작가다. '그리는 행위란 무엇인가'를 새삼 되묻게 한 김홍주씨의 로댕갤러리 개인전은 올해 미술평론가과와 기획자들이 입 모아 손꼽는 전시였다. '회화의 복권'은 젊은 작가 층에서도 두드러진 흐름이었다. 오랜 기간 한국 미술계를 지배해온 추상과 설치미술이 뒤고 물러서고 사물과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구상회화가 돌아오는 중이다.

◆바깥 공공미술 약진= 전시장 미술에 갇혀있지 않고 일반과 일상에서 만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에서 수확이 많았다. 이영철 계원조형예술대 교수가 진행한 '제1회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 목동예술인회관 점거 퍼포먼스에 이어 지속적으로 문제를 던지고 있는 행위예술가 김윤환씨의 '오아시스 동숭동 720 프로젝트', 동네 사람을 이롭게 하는 미술 프로젝트 개발의 전범을 보인 이경복씨의 '300만원 프로젝트' 등이 눈길을 끌었다.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미술 행위는 2006년 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을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도움말 주신분 : 김준기 미술 평론가.류병학 독립 전시기획자.박영택 경기대 교수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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