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승호 초특급 '닥터K'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27일 잠실구장의 LG 응원석에는 큼지막하게 'K'라고 쓴 팻말이 걸려 있었다. LG 선발투수 이승호(27)가 SK 타자들을 상대로 삼진을 더할 때마다 숫자는 하나씩 늘어갔다.

7회초까지 4-0 리드를 이끈 이승호가 마운드를 내려갈 때에는 여섯개의 'K'가 나란히 담장에 걸려 있었다.

최근 팀타율 1위에 6연승을 달리던 '폭주 기관차' SK의 방망이도 이승호 앞에서는 조용했다. 시속 1백48㎞의 직구는 스트라이크존의 모서리를 칼날같이 찔렀다. 슬라이더와 낙차 큰 커브는 SK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뺏기에 충분했다. 6과3분의1이닝 동안 산발 2안타에 4개의 사사구로 1실점하며 승승장구하던 SK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볼넷 수도 적었고, 볼넷을 준 뒤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승호는 "예전에는 볼넷을 내주고 나면 흥분해 페이스를 잃었다"며 "오늘은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추슬렀다"고 말했다.

올시즌 방어율 2.23으로 이 부문 2위인 이승호는 54개의 삼진을 잡아 탈삼진 부문에선 1위에 올라 있다. 또 2백22타수 동안 43안타만을 내줘 피안타율(0.194)도 1위다. 임창용(0.208.삼성)과 정민태(0.227.현대)를 앞지르는 기록이다. 방어율 10위권 선수 중 피안타보다 탈삼진 횟수가 더 많은 투수는 이승호가 유일하다.

이승호는 위력적인 구위에 비해 승수는 그리 많지 않다.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열경기에 선발 등판, 3승3패를 기록했다.

팀의 방망이가 원망스러울 때도 종종 있었다. 열경기 가운데 일곱경기가 퀄리티스타트(6이닝 동안 3자책점 이하)였기 때문이다. 세번의 패배 중 두번(8이닝 2실점, 7이닝 1실점)은 전적으로 무득점에 그친 타선의 침묵 탓이었다.

프로 데뷔 5년 만에 처음 선발투수로 나선 이승호의 팀내 위치는 이제 확고해졌다. 투수 로테이션에서도 임창용.정민태ㆍ송진우(한화) 등 각팀의 에이스와 맞대결을 펼친다. 이승호는 "상대팀 에이스와 맞붙는 게 부담이지만 오히려 스릴은 넘친다"며 "욕심을 버리고 낮게 낮게 던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