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품 팔아 전교생 900여명에 화분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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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전시 중구 대흥초등학교 전교생 9백명은 화분 한 개씩을 맡아 졸업 때까지 나무나 화초를 키운다. 화분에는 교화(校花)인 영산홍을 비롯해 사과.배.밤.감.복숭아 등과 같은 유실수가 심어져 있다.

학생들이 각자의 화분을 가꾸기 시작한 것은 1999년 9월 부임한 김질회(63)교장의 지극한 제자사랑 때문이다.

金교장은 부임하자마자 재학생 대부분이 영산홍과 철쭉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학교 안에 있던 폐품을 팔고 용돈 등을 보태 만든 1백여만원으로 화분 9백개를 구입했다. 또 학교안에 조그마한 종묘장을 만들어 영산홍 등을 꺾꽂이해 묘목을 얻었다.

"삭막한 도심에서 자라 자연을 접할 기회가 적은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뜻이었다.

그는 화분에 영산홍이나 유실수 등을 직접 심어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화분에는 관리책임자인 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았다.

학생들은 교실 앞 화단에 화분을 가지런히 놓고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 찾아가 물을 주고 생육상태를 살핀다.

이 학교 이예진(11)양은 "예쁘고 향기가 좋은 꽃을 보니 공부도 잘 된다"고 말했다.

졸업을 하면 화분은 학생들 개인 소유가 된다. 학교를 졸업한 뒤 金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나무나 꽃이 잘 자라고 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오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金교장은 이번 여름방학이 시작하는 날 전교생과 교직원이 참가한 가운데 화단에 심어놓은 봉숭아로 손톱 물들이기 행사를 갖는다.

학생들의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인 상태를 평가해 겨울방학 직전에 상을 준다. 이 행사는 올해로 4회째다.

金교장은 또 이왕이면 다양한 화초를 가꾸어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조그마한 식물원도 만들었다. 金교장은 "어린이들이 꽃을 가꾸며 좋은 심성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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