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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올림픽 고속도로 개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동서를 반일권으로 묶는 「88올림픽 고속도로」가 22일 개통된다.
착공 2년9개월만에 완공을 보는 대구∼광주간 1백75·3km의 이 도로는 주파시간이 종전의 5시간 이상에서 2시간30분대로 크게 단축된다.
2천여년 전에는 마한과 변한, 삼국시대엔 신라와 백제로 갈라놓았던 험준한 소백산맥을 가로지르는 이 동서 관통도로는 국토의 균형발전등 경제효과와 아울러 민족단합과 번영의 이정표로서 이바지하게 됐다는 점에서 구실이 크게 기대된다.
1968년 서울∼인천간 고속도로 등장후 여덟 번째로 건설된 이 도로는 다른 고속도로 공사와는 달리 설계에서 시공까지 우리 기술진만으로 이루어졌고 콘크리트 포장기법이 처음 시도되었다는 점에서도 특이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영·호남의 직통화가 지니는 의미는 그 무엇보다 크다 할것이다.
인적 물적 자원의 교류와 유통이 크게 촉진되게 되었고 관광자원의 개발 활용과 낙후 농촌지역의 발전을 동시에 기할 수 있게된 점이 더욱 두드러진 효과로 평가된다.
총화나 화합은 말로만 외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여건의 조성이 선행되어야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길을 트는 것이 여건조성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두 지역을 한 울타리 속에 들게 함으로써 최소한 교류의 지름길이 마련된 것만은 틀림이 없다.
인적 왕래와 물물의 교환은 서로의 이해를 북돋우는데 도움이 되고 인정을 나누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 도로의 이름을 88올림픽 서울유치를 기념해 88고속도로로 명명했지만 곧잘 「화합의 도로」로 불리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역간의 거리감」단축이 「마음의 거리」를 당장 좁히거나 해소한다고 보는 것은 속단일지 모르나 화합을 위한 노력에는 아량과 지혜가 모아져야함은 마땅하다.
인적 왕래는 자연적인 왕래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각종 민속·스포츠교류 행사도 생각할 수 있으며 문화교류도 증진해야 할 것이다.
고속도로 주변은 무진장한 관광자원과 더불어 지방 고유와 특산품이 수없이 많다.
예컨대 순창의 고추와 고추장, 남원의 한약재, 담양의 죽세공품, 거창의 사과, 함양의 토종꿀과 고랭지채소, 합천의 왕골돗자리, 고령의 세계적 도자기 원료인 고령토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거기다 호남의 곡물, 목포항을 중심한 수산물과 대구지방의 섬유제품 등의 거래는 한층 활발해질 것이 예상된다.
이같은 경제교류는 두 지역간의 경기활성은 물론 산간벽지 마을의 소득증대에도 크게 기여할것으로 보인다.
또 가야산·덕유산·지리산을 3각 기점으로 하는 관광권과 호남의 다도해국립공원·무등산·월출산등 숱한 관광지와 사찰을 연결하고 다시 경주관광권을 묶어 잇는 관광자원은 개발솜씨에 따라 각광을 받을 것이 뻔하다.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도로변 마을정비나 소도로 가꾸기, 주택개량사업 등도 병행될 것으로 보이나 순박한 농촌에 갑작스런 도시병의 이식병폐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고속도로가 생기면 지역에 따라 도계나 군계의 조정이 불가피해지게 마련인데 이러한 행정차원의 불편 요소는 시급히 손질되어야 할 것이다.
그간 이 공사에 참여했던 종사자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며 도로개통을 다시 한번 경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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