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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 가득 든 성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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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 서초구청의 불우이웃 성금 접수 창구. 한 남자가 나타나 담당자에게 두툼한 서류봉투를 내놓았다. 그 안에는 현금 500만원이 들어 있었다. 그 신사는 인적사항 등을 묻는 담당자의 질문에 "저는 대리인일 뿐이므로 더 이상 묻지 말고 이 돈을 좋은 일에만 써주십시오"라고 답하곤 홀연히 사라졌다.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서울시 25개 구청과 함께 벌이는 '따뜻한 겨울 보내기' 모금 첫날인 1일 있었던 일이다. 이 남자는 지난해 12월 1일에도 서초구청에 2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내놓았다.

관악구청 복지담당자는 9일 "우리 회사 사장님이 소년소녀 가장을 돕고 싶어하는데 명단을 받을 수 없겠느냐"는 한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신원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소년소녀 가장 1인당 쌀 세 포(60㎏), 라면과 김 한 상자씩, 모두 725만원의 물품을 보내겠다고 했다. 구청에서는 35명을 추천했다. '사장님'은 지난해에도 같은 선행을 했다.

같은 날 광진구청. 구립 자양어린이집 원아와 선생님들이 101만1120원을 기부했다. 올 설날 "착한 일 할 때마다 저금하자"고 다짐하며 나눠 가진 돼지저금통에서 나온 돈이다. 성북구 웅지 어린이집 어린이 94명과 선생님도 한 해 동안 모은 돼지저금통 100개(76만원)를 16일 기부했다. 2003년엔 99개(71만원), 2004년에는 100개(74만원) 등 3년째 이어오는 전통이다.

그러나 한파를 녹이는 훈훈한 사연에도 불구하고 올해 모금은 그리 순조롭지 않다. 모금 목표액이 지난해 981억원에서 올해 1205억원으로 올랐지만 모금 속도는 오히려 더디다. 사랑의 온도탑은 20일 49.0도(591억원)를 가리켰다. 지난해 같은 날에는 59.9도(588억원)였다. 중앙회 김효진 과장은 "모금이 시작된 지 20일 만에 처음으로 액수로는 지난해 수준을 넘었으나 온도로는 10도가량 낮아 늘어난 복지수요에는 못 미친다"고 말했다.

사랑의 온도탑 눈금은 공동모금회 중앙회와 16개 지부에서 모은 성금이 전체 목표액의 1%포인트(올해의 경우 12억500만원)씩 쌓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모금회 서울지부가 서울의 25개 자치구와 함께하는 '따뜻한 겨울 보내기' 모금에선 16일까지 20억3000여만원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27억4000여만원의 성금이 모인 지난해의 74%에 불과하다. 2월 말까지 계속될 이 캠페인의 올해 목표액은 177억원이다. 서울지부에서는 지난해 212억2783만원을 모아 4만248가구를 지원했다.

지부 이정윤 팀장은 "특히 1000만원, 5000만원씩 꾸준히 기부하던 중소기업의 모금액이 전국적으로 많이 줄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문의:02-3144-0101, 060-700-1212는 전화 한 통당 2000원 자동 기부.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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