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 제품' 싸고 좋더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반품·전시품을 구매하는 ‘알뜰 쇼핑족’이 늘고 있다. 기분 내며 새 물건 사고 싶은 마음을 잠시 접으면 새것과 큰 차이가 없는 상품을 값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반품 전문 사이트인 리퍼브샵의 경우 지난해에는 매출이 월 평균 1억원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약 2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사이트 방문객도 하루 1만 여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서너 배 늘었다.

이 회사 남찬규 사장은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데다 실용적인 소비가 확산하면서 반품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선진국의 예로 볼 때 반품 판매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어디서 살 수 있나=가장 쉽게 반품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전문 인터넷사이트다. 반품이나 전시품 또는 하자가 있는 제품을 손질해 '리퍼브' 제품이라는 이름으로 판다. 리퍼브샵.반품닷컴.전시닷컴 등이 그런 곳이다. 디앤샵.인터파크.온켓.G마켓 등 종합 쇼핑몰 등도 대부분 반품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가전품을 중심으로 패션.잡화.유아.레저용품 등 다양한 종류의 반품 상품을 정상 가격보다 5~30%, 많게는 70~80%까지 싸게 판다. 기본 기능에 충실한 가전품과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고가 수입 잡화 등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제품이 인기다. 예를 들어 디앤샵 반품 코너에서는 시중가 15만원 선인 산요 전자레인지를 절반값인 7만9000원에, 정상가 18만원 선인 필립스 CD카세트 플레이어는 6만9900원에 팔고 있다. G마켓의 경우 겨울철 난방용품인 세신 전기 라디에이터를 50% 가량 싼 3만2900원, 55만원짜리 비비안웨스트우드 핸드백을 29만8000원에 판매한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도 일정한 시기를 정해 전시품을 10~50%가량 할인해 판매한다. 전시품을 살 기회가 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는 매장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판매 시기를 알아둬야 한다. 진열 상품을 원하는 고객이 많으므로 행사 첫날에 가야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를 수 있다. 전시품 판매는 연말에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말까지 '가전.가구 진열가 특집전'을 연다. LG.삼성 등의 가전품 300개 품목과 대진.한샘도무스 등의 가구 제품 500개가 대상이다. 롯데는 LG 50인치 PDP TV를 522만원, 린나이 가스오븐레인지를 59만원, 대진침대를 108만원 등에 판다.

◆ 품질은 믿을 수 있나=반품.전시품을 살 때 가장 궁금한 것은 품질. 물론 가격이 새 제품에 비해 싼 만큼 어느 정도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감수할 수 있지만 기본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심각한 결함이 있는 물건을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품 사이트 관계자들은 "반품의 70% 이상이 소비자의 변심에 의한 것으로 제품에 문제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롯데백화점 가정매입팀 이주흥 바이어는 "백화점 진열 상품은 간단히 닦아주기만 해도 새 상품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반품은 새것과 큰 품질 차이가 없다지만 그래도 등급이 있다. 등급 분류는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크게 A~C등급으로 나뉘고 이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A급은 미사용.미개봉 반품, B급은 미사용.개봉 반품, C급은 사용.개봉 반품. 상품 사용기간은 소비자보호법상의 반품 가능기간인 15일 이내가 원칙이다. 사용 반품의 경우 사용 기간, 제품 상태에 따라 또 차이가 난다. A급의 경우 사실상 새 상품으로 정상가격 대비 5~10% 정도, B급은 30%가량 싸다. C급이나 하자 있는 반품을 수리해 판매하는 리퍼브 상품은 정상가에 비해 최고 70~80% 싸다. 전문 사이트 등에서는 제조사의 보증기간과는 별도로 자체 판매한 제품에 대해 3개월 내외의 품질보증 기간을 두기도 한다.

무조건 싼 제품만 찾아선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반품 상품을 잘 사려면 ▶사용 유무와 사용 기간 등을 고려해 제품 상태를 점검하고▶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사진으로는 안 보이는 흠집 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미심쩍은 부분은 확인하고▶애프터 서비스(AS) 여부 등을 알아봐야 한다.

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