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작가 판화전 붐|오리지널·복제품, 좋은 작품의 조건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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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외국 유명작가의 판화전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세계적인 작가의 판화는 인기와 명성에 비해 비교적 값이 싸 원매자가 많다. 이같은 판화 붐을 노리고 일부 업자들이 복제판화를 내놓고 있다. 판화에는 명가지 룰이 있어 오리지널과 복제품은 엄격히 구별된다. 복제품을 식별하는 방법과 어떤 판화를 어떻게 사는게 좋은지 알아봤다.
올들어 외국 유명작가 판화전은 지난달만 해도「달리」「미로」「뷔페」「아이즈피리」 등 20명의「프랑스 현대작가 판화전」(5월9∼19일·진화랑), 「안토니·타피에스」서울전(5월14∼21일·로이드신화랑)이 열렸고 지금도 KBS주최로「피카소」판화회고전(7월l일까지· 여의도백화점 6층 전시장)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며칠후면 진화랑이「달리」판화전(22∼30일)을, 나화랑(오리와 개구리)이「마르크·샤갈」판화전(25일∼7월5일)을 연다.
9월에는 로이드 신화랑에서「피카소」「마티스」「미로」「샤갈」등 20세기 거장들의 대대적인 판화전을 계획하고 있다.
이같은 유명화랑의 판화기획전을 틈타 일부 업자들이 복제판화를 내놓아 모처럼의 판화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오리지널과 복제판화는 어떻게 다른가…. 오리지널 판화는 작가자신이 판각, 직접 찍거나 판화공방에 의뢰해서 찍는 것이고, 복제판화는 종이에다 그린 작품(유화·드로잉)을 공방에 의뢰해서 인쇄한 것을 말한다.
오리지널 판화에는 반드시 증명서가 붙는다. ①작가 자신의 오리지널 판화 사인 ②공방사인 ③화랑·딜러의 사인이 있어야한다. 증명서에는 작품의 제목, 동판화인가 석판화인가의 구분, 어느 회사의 몇g짜리 종이를 썼는가, 어느 회사의 무슨 잉크를 사용했는가도 모두 양식에 따라 기록되어 있다. 종이 사이즈와 화면 사이즈도 적는다.
오리지널이라도 종이 사이즈를 모르고 잘라내면 가짜 취급을 받는다. 판화도 여백의 미를 살려야하기 때문에 엄격하다.
오리지널 판화에는 꼭 촬영한 원화를 한장 붙여야 한다. 어디션 넘버, AP(작가 보관용), HC(비매품) 등이 적혀 있다. 무슨 판법을 썼는가도 분명히 밝혀야한다.
사진복제의 경우 연필로한 사인을 지워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지워지지 않으면 가짜다. 하지만 작가의 사인만으로 복제판화를 구별할 수는 없다. 작가자신이 복제판화에도 사인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현미경으로 화면을 보아 인쇄망점이 나오면 일단 복제판화로 의심해도 괜찮다. 판화기법상 드라이 포인트·인그레이빙·메조틴트로 찍은 작품에서 망점이 보이면 99%가 복제판화다.
초심자의 경우라면 공신력 있는 화랑을 통해 전시작품 중에서 골라 사는게 안전하다. 외국의 경우 화랑 같은 곳에서도 복제판화를 많이 취급하지만 반드시 오리지널 판화와 구별해서 판매하고 있다.
그러면 어떤 판화가 좋은 판화인가. 작가 김구림씨는『(밝은 창문에 대고 화면을 보았을 때) ①화면에 선의 흠이나 얼룩이 없는 것 ②인쇄가 고르게 잘 된 것 ③사용한 종이가 최상급의 질인 것 ④잉크의 품질이 좋은 것』을 좋은 판화로 규정했다.
최근 국내 최대의 판화 공방을 차린 작가 김태호씨도『작품의 명암 효과를 강조할 때는 잉크 상태가 중요하기 때문에 프랑스제 샤보넬 같은 최상급의 잉크를 쓰는게 좋다』고 제시했다.
판화종이는 산처리가 되어 있어 오래 가도 좀먹지 않고 곰팡이도 슬지 않는다. 판화를 만질 때는 반드시 장갑을 끼고 다뤄야한다. 그냥 만지면 손에 염분이 있어 훗날 자국이 생길 염려가 있다는 것.
판화의 가격은 작품의 기법·장수·색·크기 등 여러가지 기준에 따라 정해지지만 화가의 레벨이 가격을 크게 좌우한다.
판화에 하는 작가의 서명은 일정한 룰을 가지고 있다. 사인은 화면 오른쪽 밑부분에, 찍은 숫자와 기호는 왼쪽 밑부분에 기입한다.
오리지널 판화는 많아도 2백장, 5백장을 초과하면 대량한정부수(라지 어디션)로 규정, 상대적으로 가격이 떨어진다. <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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