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수요일] 청춘리포트 - 박정현과 함께한 신문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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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홍익대 롤링홀에서 열린 네 번째 신문콘서트 무대에서 가수 박정현씨가 ‘빈센트(Vincent)’를 열창하고 있다. 신문을 열심히 본다는 박씨는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영자신문인 중앙데일리를 구독하며 사회적 이슈도 놓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가수 박정현(39)씨. 그녀에겐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반된 매력이 공존한다. 앳된 소녀 같은 모습 뒤엔 데뷔 17년 차의 내공이 숨어 있다. ‘R&B의 요정’과 ‘국민 디바’를 이질감 없이 넘나든다. 소녀의 감성과 고혹적인 음색을 동시에 갖춘 보이스도 마찬가지다.

 올해 서른아홉. 2030 청춘의 끝자락에 걸쳐 있는 그가 28일 오후 7시 서울 홍익대 앞 롤링홀에서 열린 네 번째 신문콘서트 ‘신문과 글로벌 이슈’ 무대에서 20, 30대 관객 200명과 마주했다.

 그녀에겐 큰 무대가 더 어울릴 법하지만 소극장도 익숙한 장소다. 지난해 새 앨범을 발매한 뒤 전국을 돌며 소극장에서 공연을 펼쳤다. 그런 그에게도 ‘토크콘서트’는 새로운 경험이다. “관객들과 가족처럼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눌 생각에 설렌다”고 했다. 조명이 켜지고 박씨가 무대로 걸어 나와 첫 번째 곡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부르자 객석에선 감탄사가 섞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 박정현과 신문, 그리고 17년

박정현씨와 정강현 청춘리포트 팀장(오른쪽)이 ‘신문과 글로벌 이슈’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씨와 5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정강현 청춘리포트 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나이가 안 드는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사랑하는 것을 하며 살다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요즘엔 동작도 느려지고 몸이 옛날 같진 않다”고 말했다. 편안하고 또박또박 답하는 그녀에게서 데뷔 초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듯했다. 박씨는 “처음엔 한국말이 서툴고 카메라 앞에만 서면 울렁증 때문에 난처했던 적이 많다. 많이 노력해 요즘엔 혼자 토크쇼를 진행해도 될 정도”라고 웃어 보였다.

 -어느덧 데뷔 17년 차다.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매일 감사한다. 앨범 작업을 할 때마다 올해가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했다. 늘 설레는 마음으로 마지막인 것처럼 쏟아내다보니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 스스로도 놀랍다.”

 -신문을 자주 보는 편인가.

 “아직 한국어가 완전히 익숙하진 않아서 영어로 된 한국 신문을 주로 본다. 국내 뉴스를 함께 볼 수 있고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중앙데일리를 최근 구독하고 있다. 음악뿐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도 잘 알고 있으려고 노력한다. 사실 신문이 편하지는 않다. 움직이면서 접고 펼치고 뭔가 찾아가면서 봐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활동을 하면서 읽으면 그게 더 흡수가 잘된다.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읽으면 한 시간이 금방 간다.”

신문콘서트에 참석한 중앙일보 국제부·피플팀 기자들이 객석에서 나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문에 처음 기사가 나왔을 때 기분은.

 “데뷔 초엔 조그만 박스기사에 주로 등장했다. 주요 기사는 대부분 당시 대스타들의 차지였다. 그래서 처음으로 신문에 기사가 크게 실렸을 땐 많이 기뻤다. 가판대에서 직접 신문을 구입한 뒤 내가 나온 기사 부분을 정성 들여 잘라서 스크랩을 하고, 미국에 계신 부모님께 보내드렸다. 유명인이 됐다며 너무 좋아하셨다.”

 대화 도중 무대 뒤에 위치한 스크린에 지난 17년간 본지에 실린 박씨의 기사들이 떴다. 데뷔 당시 활짝 웃고 있는 그의 사진도 함께 실렸다. 기사의 제목은 ‘LA서 날아온 스물한 살 새 목소리’. 기사 중 ‘목소리가 펌프에서 콸콸 흘러나오는 수돗물 같다’는 대목이 나오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10년 넘은 기사들인데 지금도 당시 느낌이 새록새록 기억난다”고 말했다.

 4집 발표 당시 보도된 인터뷰 기사엔 민소매 티를 입고 웃고 있는 그의 사진이 실렸다. 당시 사진을 촬영했던 본지 김성룡 기자가 이날도 현장에 취재차 나와 있었다. 박씨는 김 기자를 발견하고 “사진을 잘 골라주신 것 같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뒤이어 나온 기사에는 2010년 미국 컬럼비아대 졸업 당시 학사모를 쓴 박정현씨의 졸업사진이 실렸다. 그는 1990년대 중반 UCLA 영화학과에 입학했지만 가수 데뷔로 학업을 중단했다. 이후 컬럼비아대에 입학해 늦깎이 졸업생이 됐다.

 -우등생이었기 때문에 가수 데뷔를 부모님이 많이 반대했다는데.

 “성적이 좋았다. 화학 과목 때문에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공부했다. 그 당시에는 나도 내가 이렇게 가수를 하고 문화계에서 활동을 하게 될지는 몰랐다. 이 길로 들어서기로 굳게 마음을 먹고 UCLA 영화학과에 입학하자 부모님께서 많이 놀라셨다. 실망도 하셨겠지만 나중엔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셨다.”

 -감정 표현이 풍부한 것 같다. 주체할 수 없을 때도 있을 텐데.

 “관객을 위해 노래할 때는 여기저기 솟아나는 감정들을 컨트롤하는 게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저 혼자만의 감정에 빠져 있으면 관객과의 소통도 닫혀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제 감정들을 잘 정리해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일부 가수처럼 감정에 북받쳐 울면서 노래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두 번째 곡 ‘그 다음 해’에 이어 세 번째 곡 ‘빈센트(Vincent)’를 부르자 여기저기서 ‘앙코르’를 외치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앙코르곡은 4집 수록곡인 ‘사랑이 올까요’. 사랑에 대한 희망이 없어질 때의 감정을 담은 이별 노래지만 오히려 한창 열애 중인 청춘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다.

 “음악으로 기록되는 박정현의 마지막 한 문장은 무엇일까요?” 마지막 질문에 그는 “후회 없다(No regret)”라고 답했다. “마지막을 후회하면서 끝내고 싶지는 않아요. 20, 30대 여러분도 살다 보면 실수할 수 있고 슬픈 일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다가올 성취감이나 기쁨도 더 클 거라고 생각해요.”

 # 글로벌 이슈와 피플, 그리고 중앙일보

 앞서 1부에서는 ‘글로벌 이슈와 피플, 그리고 중앙일보’라는 주제로 2030세대 독자와 국제부·피플팀 기자들의 대담이 있었다.

 민지숙(26)씨는 “모든 지역에 특파원이 나가 있지 않는 상황에서 통신사를 통해 뉴스를 전달받을 경우 사실관계 확인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하선영 국제부 기자는 “외국 방송사의 라이브 중계나 여러 매체의 기사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신중하게 팩트를 체크하고 인용한다”고 말했다.

 최서영(25)씨는 “기자가 인터뷰하는 취재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개인적인 유대관계가 생기기도 하느냐”고 물었다. 홍상지 피플팀 기자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도 문자를 주고받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락을 하며 친분을 유지하는 취재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 관객이 “인터넷 소설가 ‘귀여니’씨의 근황이 궁금하다. 인터뷰 기사로 다뤄 달라”고 요청하자 홍상지 기자는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진지하게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

글=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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