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청바지 안 어울린다고 나이 탓만 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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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멋진 몸매에 비해 대충 옷을 입고 다니는 친구와 얼마 전 청바지를 사러갔다. 무려 3시간 동안 매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10벌이 넘게 입어본 끝에 가까스로 하나 골랐다. 그러면서 떠오른 생각 하나. "어울리는 청바지를 찾기란 정말 힘들구나."

1850년 미국 리바이 스트라우스에 의해 샌프란시스코에서 광부용 작업복으로 탄생한 청바지. 저렴하고 질긴 덕분에 단숨에 세계인의 일상복으로 자리 잡은 옷이다. 누구나 아무렇게나 입을 수 있다고 여겼던 청바지. 그렇지만 아무렇게나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음에 틀림없는 것 같다.

세계 최대 청바지 생산 업체인 리바이스를 보자. 먼저 리바이스의 바지는 크게 엔지니어드 진, 타입원, 501, 레드탭, 레이디스 등로 나뉘고 다시 그 아래 번호가 붙는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드 진 001'이런 식이다. 엔지니어드 진에서 001은 기본적인 일자 바지를 의미하고, 002는 바지 통이 큰 컴포트 스타일이다. 마지막으로 003은 바지 끝단이 벌어지는 나팔형 바지라는 뜻이다.

또 청바지 스타일과 관련한 용어도 많다. '스트레이트 진'은 허벅지에서 발목까지 일자로 떨어지는 형태고, '부츠컷'은 허벅지가 약간 붙으면서 바지 끝단이 약간 넓어지는 스타일이다. 최근 가장 유행하고 있는 '로 라이즈 진'은 밑위가 짧아 골반 위에 걸쳐 입는 형태의 청바지를 말한다.

거리에서 요즘 유행하는 로 라이즈 진에 부츠를 신는 여성을 자주 보게 된다. 어울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을 보면 "차라리 부츠 컷 청바지에 하이힐을 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면 청바지가 안 어울린다고 말한다. 언제 산 건지 기억도 나지 않는 밑위가 긴 청바지를 양복 바지처럼 배꼽 위까지 추어올려 입으니 안 어울리는 건 당연하다. 통이 약간 넓고 밑위가 짧은 바지를 배꼽 아래로 내려 입으면 볼록 나온 배는 셔츠로 충분히 가릴 수 있을 텐데.

미국의 디자이너 토미 힐피거는 이런 말을 했다. "청바지는 최근 유행하는 스타일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을 고르고 매일 열심히 입는 것이 가장 좋다. 청바지도 몇 년이 지나면 유행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자신의 체형과 어울리는 것 하나 잘 고르면 나이가 들어도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옷이 바로 청바지다. 발품과 귀동냥을 거부하고 나이 탓만 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청바지란 없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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