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식 김해성 <부산대 사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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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로마관광을 해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마야말로 조상의 덕을 톡톡히 본다고 입을 모아말을 한다. 로마 구석구석에 조상의 흔적이 그득하고 그것을 보여줌으로써 로마가 건재하고있는듯하니 그런 말이 나옴직하다.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에게 오히려 역설적인 대꾸를 해준다.로마의 조상이야말로 후손의 슬기로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
이러한 후손의 슬기로운 덕은 조상의 흔적을 단순히 관광화하는 상술의식이나 조상의덕을 기릴줄 아는 정책적인 역사의식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러한 것을 생활속에 더불어 즐길줄 아는 평이하고도 개별적인 로마 모든 사람의 문화의식에 있다고 여겨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는 신조아래 문화를 가진 자의 여유나,못가진 자의 무관심으로
간주해버리는 우리의 현실에서 한번쫌 되씹어 보고 싶은 것이 이러한 생활과 문화의식과의 통념적인 괴리현상이다.
오늘의 우리들은 과연 자기자신의 생활에 철저하게 흥미진진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주말이면 교외나 경기장에 몰려드는 상기된 표정의 인파를 보면 적어도 주말만은 흥미진진하게 놀아보자는 각오가대단한듯 여겨진다.이러한 현상은 엄숙한 표정에 팔짱만 끼고 작품을 기웃거리는 몇몇의 관람객만 있을뿐 텅빈채로 열려있는 주말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풍경과는 대조적 이다.
교외와 경기장에는 강요된 규칙을 불문하는 놀이가 있고,박물관이나 미술관등 문화의 산
실이라 속칭하는 울타리 속에는 흥미없는 엄숙한 제스처만 강요하는 규칙만이 있다는 통념이 바로 생활과 문화의식의 괴리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울타리 의식없이 조상의 흔적을 모두가 즐거워서 같이하는 로마사람처럼 우리주위의 모든 것이 항상 흥미진진한 생활의 놀이를 위해서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바람직한 문화의식이다.
문화의식은 특이한자가 즐겨하는 권위의식의 빌미가 되는규칙만 따지는 두뇌를 밭갈이하는것이 아니고,평이한 놀이에서 오는 자생적인 규칙을 즐겨하는 생활인처럼 마음을 밭갈이하는 것이기에 특정한자 특정한 울타리의 전유물이 될수가 없다. 그 누구나가 노래를 부르기를 즐겨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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