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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세월호 인양, 가슴 열고 따져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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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엄을순
문화미래이프 대표

예전에 살던 신당동 아파트에는 주차공간이 ‘널널’했다. 2동이 기역 자로 놓인 아파트 앞에 20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지상 주차장과 바로 옆 지하 3층짜리 주차장 건물. 아파트로 연결된 엘리베이터도 없는 주차장 건물은 늘 텅 비었지만 지상 주차장은 언제나 만원이다. 스무 대를 세울 수 있는 지상 주차장 중 여섯은 장애인 전용. 2동 건물에 장애인은 한 명도 살지 않아 장애인 손님용인 셈이다. 대부분은 비어 있다. 그것도 출입구 가장 가까운 곳이 말이다.

차에서 짐을 잔뜩 꺼내들고 헉헉거리며 주차장 계단을 오르는 사람마다 그곳을 바라보며 아파트로 들어간다. 첨엔 슬쩍슬쩍 불법 주차를 많이들 했지만 비워 놓는 것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방식이란 걸 알게 되면서 다들 텅텅 비워둔 채 잘도 지켰다. 어쩌다 쓰기 위해 저 많은 공간을 비워 놓는 것. 경제이론과는 맞지 않는다. 투자에 비해 얻는 게 형편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머리로 계산하기 힘든 게 얼마나 많던가. 약자를 위해 자리를 늘 남겨두겠다는 마음가짐. 그건 더불어 같이 잘 살자는 약속이자 상징이다.

 드디어 세월호를 인양하기로 했다. 여러 이유 중에 실종자 시신 찾는 목적이 제일 클 게다. 긴 인양 기간과 1000억원이 넘는 비용, 거기다가 여러 변수까지 있어 선체를 고스란히 인양하는 게 힘들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불경기에 시신 찾는다고 그 돈 들이는 건 비효율적이니 이미 돌아가신 사람은 가슴에 묻으라’며 인양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들인 것에 비해 얻게 되는 것을 굳이 따지자면 틀린 말도 아니다. 인양하는 행위, 그 자체가 주는 의미를 무시한다면 말이다.

 요즘은 광고할 때도 의미가 중요하다. 물건을 보여주며 드러내놓고 하는 뻔한 광고보다 상품 대신 회사 이미지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데 의미를 둔다. 그래서인가, 가끔은 도대체 뭘 팔겠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회사의 좋은 이미지가 가슴에 남았다? 그럼 대박이다. 세월호 인양, 비록 돈도 많이 들고 복병 변수까지 있지만 계산은 머리보다 가슴을 열고 따져보자.

 많은 돈과 노력과 시간을 들이면서까지 세월호를 통째로 인양하는 그 행위는 9명의 실종자 가족과 희생자와 나아가 온 국민 모두, 그때 입은 상처가 아직도 쓰리고 아프다는 것. 앞으로는 그런 끔찍한 일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온 국민의 반성이자 다짐. 이 두 가지를 상징하는 커다란 의미가 되니까 말이다.

엄을순 문화미래이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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