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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진실은…] "아직은 희망" "남은 건 절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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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황우석 교수가 16일 서울대 수의과대학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한국척수장애인협회회원들이 회견장 밖을 지키고 있다. 김태성 기자

"가슴이 철렁했다. 그래도 아직은…."

'줄기세포는 하나도 없다'와 '줄기세포는 분명히 있다'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기자회견이 연이어 열린 6일은 난치병 환자에게 실망과 희망이 교차한 하루였다. 특히 10월 문을 연 세계줄기세포 허브센터에 임상시험 후보로 등록한 2만여 명의 환자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이들은 15일 저녁 무렵 '줄기세포가 없다'는 노 이사장 기자회견에 "설마, 그럴 리가" 하는 불안 속에 뜬눈으로 하룻밤을 보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열린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으로 줄기세포 치료에 희망을 건 환자들은 다시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다.

8년 전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박승유(34.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다시 걷기는 틀렸구나.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밤잠을 못 잤다. 그는 "삶의 남은 희망을 황 교수에게 걸었었다"고 말했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로 척수 마비된 개를 치료했다는 소식을 듣고 황 교수팀에 대한 믿음은 점점 커졌다. 이번 일로 실망도 컸지만 황 교수에 대한 믿음엔 변함이 없다. 그는 "그동안 희망이 있어서 행복했다"며 "황 교수가 배아복제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가진 이상 믿을 사람은 황 교수뿐"이라고 했다.

반면 황 교수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모르겠다며 분노를 표시한 환자들도 있다. 온몸의 근육이 마비되는 난치병 루게릭을 앓고 있는 정성근(41)씨는 "어느 쪽 말이 진실인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했다. 그는 "황우석 박사는 마지막 보루였는데 이게 다 뭐냐. 절망만 남았다"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이강(50.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씨는 "줄기세포가 없는 게 사실이라면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며 꼼꼼하게 황교수의 연구성과를 점검하지 못한 정부를 원망했다. 이씨는 뇌성마비 환자인 둘째아들 규현(18)군을 나흘 만에 겨우 세계줄기세포 허브센터의 임상시험 환자로 등록시켰었다. 그는 "지금은 줄기세포 11개 중 1~2개라도 진짜이기를 바랄 뿐"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특별취재팀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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