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중앙일보선정올해의책] 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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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문학동네, 334쪽, 9500원

"올해 문단에서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냐" 물었을 때, "박민규를 바라보는 평단의 시선"이라던 한 평론가의 답변을 기억한다. 그리고 곱씹을수록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딱 맞는 말이다.

사연인 즉 이렇다. 2년 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지구영웅전설'을 발표하며 박민규라는 작가가 등단했는데, 기존 소설 문법하고 맞지도 않고, 딱히 문학적 교훈 같은 것도 찾기 힘들고 해서, 재미나게 읽긴 했지만 평단에선 영 뜨악한 눈길을 보냈던 바였다.

한데 올해 첫 단편집 '카스테라'에 실린 10편의 단편을 읽고서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그러니까 탈문법적 화법은 새 시대 문학을 위해 부러 위반한 것으로 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문학적 계파와 지향을 달리하는 국내 문예지 대부분이 박민규를 조명했다. 흥미로운 건, 다시 계파와 지향을 초월해 '박민규는 알고 보면 우리 편'이라는 식의 해설이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다.

올해 창비가 주는 신동엽 창작상을 받았고 내년엔 더 큰 영광이 기대된다. 문학분야 자문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추천했다. 올 6월 9일 출간됐고,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순위 15위(교보문고)였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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