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침대소동」「누드모델」등작품| .내용과는 전혀 다른 호객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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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미 극단 우리극장과 신협의 합동공연으로 3윌말 「팬티」란 뜻의 「호제」와 4월초 극단 신협의 「침대소동」 이 각각 무대에 올랐고,극단 집시는 6윌10일까지 반라의 여인이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누드 모델」 을, 지난 17일부터 창작극 「오늘같은 날」 을 공연중인 극단 부활은 「오늘 이 여자가 오늘 이 남자를 만난다.그리고 무슨 일이 있을지…」라는 자못 선정적인 포스터를 선보여 센세이셔널리즘에 치우친 공연기획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연극협회가 진상조사까지 나선 「누드 모델」 공연의 경우 티킷이나 팸플릿·포스터의 노골적인 표현과는 달리 실제 공연은 화가인 양치규씨와 누드모델이 작업과정에서 빚는 인간적인 갈등을 묘사한 평범한작품.
연극계는 이처럼 작품 내용과는 동떨어지게 노골적인 선전 문구나 자극적인 포스터등으로 관객을 모으려는 요즈음의현상이 관객동원에 불을 붙인「신의 아그네스」 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즉, 「수녀가 아이를 낳아 죽였다」 「누가 수녀에게 아이를 배게 했는가」 등의 충격적
인 사건이 관객들의 호기심을자극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여파때문인지 어쨌든 「신의 아그네스」이후 연극관객은몰려들었고 「아파트 열쇠를 주세요」 「배꼽」 「침대소동」 「누드모델」 등의 자극적인 공연제목또한 계속 줄을 잇고 있다.「오늘같은 날」을 관람한 이혜정양 (25·서울신림본동)은 『평범한 한 남자가 2명의 패션 모델을 살해하면서 인간의 솔직한모습을 발견한다는 무게있는 작품』이었다면서『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포스터의 야릇한 분위기를 보고 왠지 속았다는 기분이 들어 불쾌했다』 고 말했다.
한편 연극계는 요즈음의 현상이 한창 관객이 몰리던 76년당시의 사정과 비슷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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