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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위기 스스로 해결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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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쌀 협상 비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대다수 농민들이 쌀 수입 개방에 따른 농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농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서천군 기산면 월기리 월기문화원 강당. 배재대 정강환(43.관광이벤트경영학과) 교수가 수강생 40여명을 대상으로 '농촌관광 활성화 방안'에 대해 강의하고 있었다. 정 교수는 "농산물 판매행사 때 특색있는 공연이나 이벤트를 함께 열어 도시인을 유치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수강생은 서천.부여 등 충남지역에서 농촌 체험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농민들. 이들은 서천군이 배재대 관광이벤트연구소와 함께 만든 '지역문화 컨설팅 대학'에 참가했다.

군은 농민들에게 지역 특산물이나 관광자원을 축제나 체험관광 프로그램 등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기 위해 컨설팅 대학을 개설, 이날 첫 강의가 열렸다. 수강생들은 90만원을 내고 내년 11월까지 1년간 매달 둘째주 토요일에 강의를 듣는다.

◆ 전문강좌 개설=금산군 농업기술센터는 지역 농민 30여명과 함께 1년 과정의 농촌관광대학을 지난 3월 설립했다. 농민들은 1인 당 60만원을 부담, 전국의 유명한 농촌관광 전문가를 초청해 매월 한 차례 강의를 듣는 등 대학 운영 경비로 쓰고 있다.

홍성군도 오리농법 등 친환경농업을 도입한 농민들을 위해 올해 3월부터 1년 과정의 친환경농업대학을 운영 중이다. 대학 운영비(연간 3000만원)는 모두 군이 부담하고, 강의(매주 한 차례 3시간씩)는 홍동면에 있는 풀무농업기술학교에서 열린다.

괴산군은 올해 2월말 괴산고추대학을 열었다. 군 관계자는 "고추 재배 농민을 전문농업인으로 육성, 지역 특산물인 '청결고추'를 세계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대학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40~50대 고추 재배 농민이 대부분인 학생들은 수강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28년째 고추농사를 지어 온 전광업(50)씨는 "대학에서 배운 전문지식을 활용해 올해 매우 품질이 좋은 고추를 생산한 데 대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농업희망 선언=전국 벤처 농업인 1000여명은 최근 금산군 군북면 금산농업기술센터에 있는 한국벤처농업대학(학장 김동태 전 농림부장관)에서 '제1회 농업벤처 페스티벌'을 열었다.

벤처농업대학 수료생이거나 수강생인 이들은 이날 '한국농업 희망선언문'을 채택, "앞으로는 우리 스스로 정부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체질 변화를 추구, 소비자들의 사랑과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학 설립자인 민승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제 농산물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문화예술.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 등이 융합된 '1.5차 산업'이다"고 정의한 뒤 "따라서 농민들 스스로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 4월 문을 연 벤처농업대학에서는 창의력과 기업가 정신을 갖춘 농민을 선발, 1년에 걸쳐 매월 1박 2일 과정으로 농업경영 및 마케팅 전략 등을 가르친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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