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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지독한' 품질이 명품폰 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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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 7월 이건희 삼성 회장 주재로 베트남에서 열린 '동남아 지역전략회의'에서 이 회장은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에게 "같은 계열사 부품이라고 해서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에 이 사장은 "품질이 떨어지는 계열사 부품은 절대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매그나칩 반도체의 카메라 모듈 센서와 반도체 등을 납품받아 휴대전화 제조에 쓰고 있다. 이 사장은 사석에서 "애니콜이 하이닉스의 경영실적을 개선하는 데 공을 세운 회사 중 하나"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애니콜 신화'는 무한경쟁 시대의 산물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이동통신에 대한 기술을 거의 가지고 있지 못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일본 도시바의 카폰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랬던 삼성의 휴대전화 사업은 불량 전화기를 모두 폐기하면서 힘을 키우기 시작했다. 95년 애니콜의 품질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을 들은 이 회장은 당시 구미공장을 담당하고 있던 이기태 이사에게 충격적인 지시를 내렸다. 현재 생산 중인 제품은 물론이고 시중에 있는 제품까지 모두 수거해 불태우라고 언명했다.

그해 3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의 앞마당에서 500억원어치 상당의 휴대전화기 15만대가 재가 됐다. 이는 당시 국내시장의 70%를 장악하던 모토로라를 애니콜이 밀어내는 토대가 됐다. 조진호 상무(국내영업사업부 애니콜 영업1팀장)는 "공룡 모토로라를 타도한 경험이 올해 1억 대를 수출해 세계 시장의 14.2%를 차지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애니콜은 성능과 디자인에서도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휴대전화에 여러 가지 기능을 합친 것도 애니콜이 처음이다. 99년 8월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 기능이 탑재된 휴대전화를 출시했고 이듬해 7월에는 역시 세계 최초로 카메라폰을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선도한 다목적 휴대전화기는 이후 세계 휴대전화시장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첨단 기능과 앞선 디자인이 결합된 애니콜은 세계 최고의 명품 휴대전화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발간된 2006년 1월호에서 애니콜 A800을 최우수 휴대전화기로 선정했다.

애니콜 신화의 주역은 역시 '미스터 휴대폰' 이 사장이다. 7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지난 10여 년 동안 휴대전화 부문을 진두지휘하며 매출액을 100배 이상으로 불린 뚝심의 경영자다. 의사 결정이 빠르면서도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는 못한다"고 버틸 만큼 사람과 현장을 중시한다. 해외 바이어를 만날 때 휴대전화를 벽에 집어던져 얼마나 튼튼한지 보여준 뒤 협상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 사장을 보좌하는 3인방은 무선사업부 조병덕 부사장(개발실장), 최도환 전무(상품기획팀장), 윤지홍 전무(디자인팀장)다. 무선사업부에서 22년째 일하고 있는 조 부사장은 99년 MP3폰, 2000년 카메라폰을 개발했다. 최 전무는 국내 최경량 PCS, 세계 최초의 워치폰(시계 모양의 휴대전화) 등을 개발하면서 2001년 상무보에서 매년 한 단계씩 승진하는 기록을 세웠다. 윤 전무가 이끄는 디자인실은 1000만 대 이상씩 팔린 '이건희폰'과 '벤츠폰' '블루블랙폰'의 산파역을 맡았다.

이희성.김창우 기자

*** 바로잡습니다

12월 16일자 중앙경제 1면 커버스토리 중 삼성전자에 카메라 모듈 센서를 공급한 회사는 '하이닉스 반도체'가 아니라 '매그나칩 반도체'이기에 바로잡습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지난해 10월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분사된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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