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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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말 석유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가. 요즘 페르시아만의 검은 연기는 5년 전의 악몽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 순간도 교전국인 이란과 이라크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호언하고 있다. 하루 8백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길목이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그것을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상황은 한발 두발 파국 쪽으로 가까이 가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전쟁은 어느 경우나 안이한 예측을 불허한다.
이런 속에서 요즘 뜻밖에도 낙관론이 일고 있는 것은 한여름의 소나기만큼이나 반갑다. 우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5월 28일 자)의 한 칼럼을 보자.
첫째, 중동의 산유량은 그전처럼 위협적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하루 8백만 배럴의 원유는 세계 생산량의 17%에 지나지 않는다. 제2차 석유 위기가 있었던 1979년의 33%에 비해 절반수준이다. 그만큼 사정은 바뀌었다.
둘째, 세계의 원유는 지금 철철 넘칠 지경이다. 뉴스위크는 「어워시」(awash)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뒤집어쓰고도 남는다』는 뜻이다.
미국과 그 밖의 다른 산유국들은 중동 원유 없이도 3백일은 견뎌낼 수 있다.
세째, 중동 이외의 산유국들이 당장 스위치만 넣으면 8백만 배럴의 절반인 4백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다. 나이지리아, 베네쉘라, 인도네시아, 멕시코가 그런 나라들이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 쪽으로 묻어놓은 송유관을 통해 하루 1백만 배럴의 원유를 뿜어낼 수 있다. 그뿐인가. 이 나라는 걸프만(페르시아만) 바깥에 7천만 배럴분의 원유를 저장해 두었다.
넷째, 서방국과 일본의 석유비축도 만만치 않다. 지금의 소비수준으로 4개월은 버틸 수 있다. 석유 최다 소비국인 미국도 전략 비축이 4억 배럴에 달한다. 제2차 석유위기 때인 1979년, 그 5분의 1인 7천 5백만 배럴을 갖고 있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비산유국들에도 상당한 비축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섯째, 세계 각국의 석유절약 노력도 작게 평가할 수 없다. 이미 두 차례나 겪은 석유 위기로 많은 나라들은 절약하는 방법과 경험을 터득했다.
물론 일각에는 여전히 비관론도 있다.
미국 MIT대의 「M·A·어델먼」 교수는 『실제로 원유수송선이 격침이라도 되면 어디 두고 보라』고 장담하는 쪽이다.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우리 나라는 형편이 어떤가. 앞서 다섯 가지 경우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들어맞는 얘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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