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생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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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1면

12살먹은 아들녀석이 시장에서 조금늦게 돌아오니 투덜대며 하는말이『엄마, 오늘이 무슨날인줄 아세요?』하는 것이다.
바쁜 나날을 보내다보니 잊지않으려했던 아이의 생일을 까딱하면 그냥 넘길뻔했다.
자기반 아이들이 생일을 축하해준다고 선물을 각기가지고왔다가 그냥갔다한다.
어린마음에 선물을 가지고왔다 그냥가지고 돌아가는것을보고 오죽이나 섭섭하고 쓸쓸했으랴.
저녁밥을 먹고난뒤 아무래도 섭섭한 모양이다.
『케이크라도 사다아빠와 엄마가 생일축하해주세요』한다.
밤8시가 넘어서야 돈을 주며 케이크를 사오라하니까 그제서야 기분이 나는 모양이다.
휘파람을 불며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
케이크는 사왔지만 밤9시가 넘어서도 아빠가 안오시니 아이들은 졸음이 오고 아빠만 애타게 기다리며 하품만 하고있던중 유난히도 크게 들려오는 전화벨소리에 아이들은 서로아빠전화다 하며 고함을 지르고 케이크상자를 뜯기 시작한다.
전화에서 그이는『여보! 오늘이 장남생일인데 무엇을 사갈까?』했다.
케이크를 사다놓고 두토끼들이 아빠만 기다리고 있으니 아무것도 사지말고 빨리 들어오시라고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너무 고마웠다.
엄마가 잊었던 아들의 생일을 아빠라도 잊지않고 기억해 주셨으니 이어찌 고맙지 않을수가 있을까.
벨소리가 나는순간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좋아라 손뼉을친다.
조그마한 상위에 케이크를 올려놓고 손뼉을치며 생일축하의 노래를 불러주니 두눈에서는 뜨거운 눈물과 즐거운 웃음이 반반섞여 어쩔줄을 모르는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 흐뭇했다.
케이크를 먹고난뒤 아빠는 아들과딸의 얼굴과 코와 입에 뽀뽀를 해주고 일어나서 한번 껴안아준뒤 다시한번 입술에 입맞춤 해주었다.<경기도시흥군과전면원문동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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