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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나이 밝힌 하늘 위 천문대 … 생일 축하해, 허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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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인류 최초의 ‘우주 천문대’ 허블우주망원경(왼쪽)이 24일에 발사 25주년을 맞는다. 허블은 ‘창조의 기둥(Pillars of Creation)’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독수리 성운 사진(작은 사진) 등 총 120만 장 이상의 신비로운 우주 사진을 인류에 선사했다. [사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명남수 박사

지상 547㎞ 상공에서 우주를 관측하는 허블우주망원경(HST)이 24일 25번째 생일을 맞는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전광판은 지난 20일(현지시간)부터 매시간 허블이 찍은 우주 사진을 몇 장씩 번갈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이벤트다.

 허블은 1990년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다. 46년 천체물리학자 라이먼 스피처가 처음 아이디어를 낸 지 44년 만이었다. 우주 망원경의 존재 이유는 지상에서 우주를 제대로 관측하기 힘들다는 점에 있다. 멀리 떨어진 천체를 식별하자면 ‘각 분해능(두 물체를 분리해서 볼 수 있는 정도를 각도로 표시한 것)’이 좋아야 한다. 하지만 지상에선 대기로 인해 빛이 산란해 각 분해능을 0.5초(1초=3600분의 1도) 이상 끌어올리기 힘들다. 우주로 올라간 허블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었다. 렌즈 지름이 2.4m에 불과하지만 각 분해능이 0.05초나 된다. 미국 동부에서 일본 도쿄에 있는 반딧불이 한 쌍을 볼 수 있는 시력이다.

 허블은 이렇게 ‘밝은 눈’으로 25년간 총 120만 회 이상 우주를 촬영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쓰인 과학논문만 1만2800편 이상 쏟아졌다. 허블 덕에 우주의 나이가 약 138억 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우주가 점점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사실(가속팽창)도 확인됐다.

 하지만 이런 업적을 쌓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원래 83년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개발이 계속 지연됐다. 다 만든 뒤에는 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로 3년간 창고 신세를 졌다. 천신만고 끝에 우주에 올라간 뒤 처음 찍은 사진은 초점이 안 맞았다. 주경(主鏡)이 설계와 다르게 제작됐기 때문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막대한 세금을 낭비했다”는 이유로 한때 해체 위기에까지 몰렸다. 허블의 광학계(OTA)를 만든 퍼킨엘머사에서 일했던 명남수(66) 레이어플리케이션스 대표는 “7년간 열심히 일한 결과가 물거품이 될까봐 애태웠던 날들이 마치 어제 같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주경 제작이 잘못된 이유 중 하나로 퍼킨엘머의 폐쇄성을 꼽았다. 이 회사는 원래 반도체공정·광학기기 전문업체이며 한편으로는 광학 첩보위성을 만들어 정부에 납품했다. 명 대표는 “NASA 감독관이 제작·측정 기술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퍼킨엘머는 (방위산업) 영업비밀이라며 비공개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허블은 93년 수리 이후 ‘시력’을 되찾았다. 반면 폐쇄적이었던 퍼킨엘머는 80년대 후반 일본 업체에 밀려 파산했다. MIT대 박사 출신인 명 대표는 84년까지 퍼킨엘머에서 일하다 창업해 통신기기회사를 운영했다. 귀국한 뒤에는 2007년부터 5년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초빙)책임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허블의 후계자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다. 2018년께 발사될 예정이다. 최소한 그때까지 ‘지구의 눈’으로서 우주의 비밀을 캐는 허블의 임무는 계속된다.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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