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림팀 도청 자료, 대통령에게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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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림(美林)팀은=1960년대 중반 중앙정보부가 정치인 등 주요 인사들의 동향 파악을 위해 운영하던 정보수집팀의 별칭이다. 미림이라는 팀명은 고급 술집의 마담 등을 협조자(속칭 '망원')로 활용한 데서 비롯됐다. 내부적으로는 '여론조사팀'이 공식 명칭이었다.

안기부는 노태우 정부 말인 91년 9월 공운영씨를 팀장으로 조직을 정비하면서 도청장비를 이용한 첩보수집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선 직전인 92년 12월 보안 문제 등 때문에 활동이 중단됐다. 이어 문민정부 출범 이후인 94년 6월 2차 미림팀으로 재건돼 97년 11월까지 활동했다. 검찰은 공씨가 팀장으로 활동하던 두 시기를 제외하고는 미림팀이 도청을 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 도청 방법 및 대상자 선정=미림팀은 망원을 확보할 때 손님을 가장해 친분을 쌓은 뒤 민.형사 사건 및 취직문제 해결, 경제적 지원 등을 약속하는 수법을 썼다. 망원으로 선정되면 보안교육을 하고 보안각서까지 받았다. 매달 1000만원가량의 '특수 망비'를 받아 10~25명의 망원을 관리했으며 도청 실적에 따라 1인당 20만~70만원을 활동비로 지급했다. A급 망원의 경우 도청 송.수신기를 자유자재로 조작할 능력을 갖췄고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도청을 해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유명 한정식집과 서울 근교 골프장 등이 도청 장소로 이용됐고 골프장의 경우 골프백 안에 송신기를 넣고 도청을 했다.

도청 대상자 선정은 망원들로부터 예약 상황을 보고받고 미림팀이 자체적으로 하거나 과학보안국에서 넘어온 불법 전화감청 자료를 근거로 하는 등의 두 가지 형태로 이뤄졌다. 미림팀의 도청 대상은 대통령 아들인 김현철씨를 포함해 여야 최고위 정치인, 언론사주, 청와대 수석, 국무총리, 보안사령관, 참모총장 등이 망라됐다. 97년 대선 직전에는 여당(신한국당) 내부의 동향이나 당시 야당 대통령(김대중) 후보 측근 인사들의 동향이 주 내용이었다.

◆ 1000여 개의 불법 도청테이프 생산된 듯=검찰은 2차 미림팀이 활동한 3년5개월 동안 하루 1개, 일주일에 5개씩 모두 1000여 개의 불법 도청 테이프가 생산된 것으로 추산했다. 도청정보는 'M(미림)보고'라고 기재된 봉투에 담겨 안기부장 비서실과 국내담당 차장 보좌관실에 전달됐다. 2차 미림팀의 경우 오정소 당시 4국장이 재건을 주도했고 당시 김덕 안기부장과 황창평 차장도 재구성에 관여했거나 최소한 재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은 부인하고 있지만 권영해 전 안기부장은 보고서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와 이원종 청와대 정무수석은 미림팀 도청 자료를 이용해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씨는 96년 12월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총재의 지지세력 확충 모임의 대화내용을 도청한 미림팀 보고서를 전달받자 곧바로 백모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벌써 움직이면 어떻게 하느냐"고 질책했다는 것이다. 서모 전 의원 역시 "같은 모임 참석자들로부터 '이원종과 김현철로부터 은근히 나무라는 전화가 왔었다'는 말을 듣고 도청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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