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첨단기술 유출 단속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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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의 첨단기술제품 판매가 매우 까다로와졌다. 규제절차가 2중 3중으로 강화되어 특정부문의 기술이전이 아주 금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레이건 미국대통령은 5월초에 국방성에 대해 유럽이나 친서방국가로 수출되는 품목 가운데 군사적으로 민감한 첨단기술 판매에 대해서는 이를 재검토하도록 새로운 권한을 부여했다.
이전에는 상무성이 공산권 국가에 판매되는 첨단기술을 군사적으로 민감한 것인지의 여부를 조사하는데 관여해 왔을 뿐이다.
군사장비로 이용될 수 있는 개인용 컴퓨터와 기타 첨단기술 강치가 소련에 판매되고 있다는데 놀란 국방성 및 백악관 의회의 강경론자들은 해외에 첨단기술을 판매하는데 대해 좀더
규제를 강화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나 그들의 지지자들은 이러한 조치가 미국의 무역적자폭을 더욱 넓힐 것이라고 지적하고 가까운 우방과의 무역에서는 규제를 완화해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파리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COCOM)의 수출금지 품목에 어떤 종류의 상품을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미국 안에서 입씨름이 오가고 있다.
IBM은 이미 영국내 고객들에게 IBM의 고성능컴퓨터를 팔거나 양도할 때는 반드시 미상무성의 허가를 받도록 하라는 독촉장을 보내기까지 했는데 실제로 이러한 조치는 영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국방성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자 미 업계는 어찌할 줄 모르고 있다. 국가안보를 모든 것에 우선시키려는 군사적 사고방식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애플Ⅱ의 개인용 컴퓨터도 잘못 쓰면 무기가 될 수 있으며, 소형 컴퓨터도 전장에서는 미국이 규제하고 있는 도구로 이용될 수 있으니 정부방침이 불합리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서방국가간의 무역 재검토는 미 우방들 사이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유럽인들은 최악의 경우 미국이 그의 우방들을 기술적 노예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1년 전에 미국무역관계전문가들은 군사상 지장이 있다 하더라도 「레이건」대통령의 자유무역이념이 훨씬 힘을 발휘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작년에 백악관은 중공에 대한 첨단기술 수출규제를 대폭 완화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작년 말에 미백스사의 컴퓨터사건이 터졌다. 대량의 컴퓨터가 소련으로 선적되기 전 스웨덴 당국에 의해 적발된 사건이었다. 맥스사의 컴퓨터는 미사일설계에도 이용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국방성의 입장이 강화되었다. 상무성은 첨단기술 유출을 수사할만한 기술이나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미상무성은 즉각적으로 디지틀 장비의 해외운용에 대해서 제동을 걸었으며 수출면허도 새로이 경신하도록 했다. 서독이나 오스트리아·노르웨이 등지로 수출되는 디지틀 장비도 하나씩 승인을 받도록 했다.
제품판매 면허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데 만약이 안이 실시된다면 반도체제조장치 등 특정부문의 민감한 기술판매 면허는 없어지게 될 것이다. 현재 이러한 장치는 NATO국 이외의 일본·호주·뉴질랜드 등지에 판매되고 있다. 새 규제방안은 미국첨단기술제품에 대한 외국공급자에게도 최종소비자 목록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 기업들은 당국이 2중 규제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로 인해 관리비용이 많이 먹히며 해외고객들이 수입선을 다른 나라로 바꾸어버리기 때문에 적잖은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IBM의 경우 수출업자 및 자회사들과 이들의 판매업자가 미 정부에 제출해야 할 고객의 명세서목록은 20만명 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기술에 매달리고 있는 유럽 기업들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보안사항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스웨덴이나 오스트리아 등은 미국의 기술이전 금지가 과거 중립국에 대한 것보다 훨씬 강력한 형태의 규제로 나타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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