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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 태극전사 3명 …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3부리그 우승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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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귀화한 라던스키(맨 왼쪽)와 테스트위드(오른쪽에서 둘째), 스위프트(맨 오른쪽)가 19일 리투아니아전 승리 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아이스하키협회]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지난 19일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디비전1 그룹B(3부리그)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에서 ‘푸른 눈의 태극전사’ 3명이 활약했다. 법무부 우수인재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캐나다 출신 브락 라던스키(32·한라)와 마이클 스위프트(28·하이원), 미국 출신 마이크 테스트위드(28·한라)다.

 라던스키는 2013년 3월, 스위프트는 지난해 1월, 테스트위드는 지난 3월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됐다. 이번 대회에 불참했지만 지난해 1월 귀화한 캐나다 출신 브라이언 영(29·하이원)을 포함해 귀화선수는 4명이다. 여기에 캐나다 출신 골리 맷 달튼(28·한라)도 특별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2년 5월 브라질 출신 에닝요(34·전북)의 특별 귀화를 추진했다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반면 아이스하키의 경우 큰 논란 없이 특별귀화가 이뤄졌다. 한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축구를 국기(國技)로 생각하는 국민들은 ‘축구대표팀은 우리의 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스하키는 팀 당 몇 명이 뛰는지도 모를 만큼 무관심하다”며 “또 아이스하키는 세계적으로 귀화가 보편적이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귀화선수가 필요할 만큼 타국과 실력 차가 크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014년 소치 올림픽 때 12명을 이탈리아계 캐나다인으로 채웠다. 일본은 1998년 나가노 올림픽 때 캐나다와 미국에서 9명을 귀화시켰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따낸 한국은 세계랭킹 23위지만, 올림픽 우승국 캐나다와 맞붙으면 무득점 두자릿수 대패가 우려될 만큼 격차가 크다. 이번 세계선수권 3부리그에서도 스위프트가 포인트 1위, 라던스키가 어시스트 1위에 오르며 팀을 이끌었다.

 아이스하키를 포함해 각종 스포츠에서 귀화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체육철학자 김정효 박사(서울대 강사)는 “귀화는 국제적 추세다. 해당 종목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면서도 “단 일종의 통과의례가 중요하다. 에닝요는 당시 한국 프로축구에서 7년간 뛰었지만 한국어를 거의 못해 한국문화 적응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귀화가 불발됐다”며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귀화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우리가 남이 아니라는 할부(割賦·부적을 쪼개 나눠 가짐) 의식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7월 안양 한라에 입단해 2시즌을 뛴 테스트위드는 “한국은 제2의 고향이다. 내 목표는 매 경기 후 승리해 애국가가 울리게 하는 것이다. 내 영어 이름은 너무 길다. 팬들이 멋진 한국 이름을 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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